<사설>1년 일하고 업적 홍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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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시청과 구청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단체장 취임 1년을 맞아 시장과 구청장의 개인 홍보물 제작을 추진한다는 것은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또 이같은 현상이 서울시와 구청만이 아니고 전국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데다 홍보자료 제작이 내심 다음 선거를 의식한 사전 선거운동 차원에서 계획되고 있다니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는 조순(趙淳)시장 취임후 1년간의 시정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를 만들어 시민봉사실.역과 터미널등 사람이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상영할 계획이라고 한다.이를 위해 6월 중순까지 제작을 끝내도록 영상물 제작 전문업체에 맡기기로 했다는 것이다.또 구청장들은 합동으로 에세이집을 내는데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알려져 있다.이밖에 구청별로는 비디오 제작을 비롯해 화보집과 백서 발간.축하 음악회.전시회등 각종 행사를 앞다퉈 계획하고 있다.
물론 단체장의 입장에서 보면 취임 1년이 뜻깊을 수도 있고 기념할 일도 많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차원에서 그쳐야 될 일이다.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써가며 개인의 홍보자료를 제작한다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홍보할 만한 행정 실적을 남긴 단체장이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오죽 행정을 못했으면 예산으로 별도의 선전물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알릴 정도냐는것이다.그렇다면 이같은 홍보자료는 오히려 역효 과를 낼수도 있지 않을까.이제는 우리 국민도 일방적인 홍보자료에 미혹(迷惑)될 만큼 어리석지않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취임 1년맞이 개인 홍보물 제작은삼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단체장들이 정말로 취임 한돌을 기념하고 싶다면 한햇동안 행정의 잘못된 점을 찾아보거나 선거때 내세운 공약중 무엇을 안 지키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남은 임기중 이를 실천하는 계기로 삼는게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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