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주목되는 이탈리아 좌파정권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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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탈리아에서 2차대전후 첫 좌파 정권이 탄생했다.산업화된 민주국가에서 좌파 정권이 집권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경제학 교수 출신의 로마니 프로디는 첫 출마에서 좌파 승리를이끌어냈다.그는 이제 조용한 학계 생활을 청산하고 격렬한 이탈리아 정치무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그가 이끈 「올리브 나무 동맹」은 공산당 후신인 좌파 민주당이 주류다.여기에 관리 내각을 이끌었던 람베르토 디니의 중도파가 가세했다.
선거기간 중엔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고수하는 공산재건당과 전략적으로 제휴했지만 선거가 끝난 마당에 연대가 계속될 것인지는 미지수다.양자간의 노선 차이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탈리아 국민들이 선택한 것은 소수의 공산재건당이 아니라 좌파 민주당으로 거듭 태어난 새로운 공산당이라는 점에서 이번 총선은 역사적인 선거로 평가할 만하다.이탈리아 좌파는 강력하고 민주적인 정당으로 태어나기 위해 지난 50 년간 안간힘을 기울였다.반면 미국의 지원을 받은 집권 우파는 냉전이 끝나면서 갈기갈기 쪼개졌다.게다가 전국적인 관심은 공산주의와의 싸움으로부터 부패와의 전쟁으로 바뀌었다.
냉전 종식후 첫번째 총리였고 언론 재벌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번에도 중도 우파를 이끌고 선거에 나섰지만 패배했다.그에대한 거액의 수뢰 혐의와 기소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따라서 총선을 마친 이탈리아 국민들은 앞으로 전개될 좌파 정권의 사회.경제 개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금 고질적인 재정 적자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예산 삭감,연금제도 개혁등 제도개혁의 와중에 있다.보다 근대화된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들이다.
프로디는 『새 정부는 이탈리아가 99년까지 통화 통합을 실현할 예정인 유럽연합의 핵심 국가로 참여하는데 모든 힘을 기울일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탈리아가 유럽통화동맹(EMU)에 참여하지 못하면 이탈리아의 장래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EMU에 참여하기 위한 마스트리히트 조약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을 좀더 긴축적으로 운영하고 금리는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연금 시혜의 폭을 확대하는선심정책으로 국가 재정이 파탄상태에 이르렀기 때 문이다.
프로디는 우파인 시장경제론자들과 달리 이러한 정책 목표들을 보다 확고하고 적절한 수단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투명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정치개혁도 약속했다.그리고 그의 이러한 주장에 유권자는 표를 몰아주었다.
물론 이탈리아의 이같은 여러 문제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공통된 과제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치적 혼란과 부패,산적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이탈리아 좌파 정권의 실험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정리=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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