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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太주둔미군기지를가다>1.지상최대 사령부-美태평양사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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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탈냉전시대를 맞아 미국 세계전략의 중심이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옮겨오고 있다.17일 발표된 「미.일신안보공동선언」은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개입의지 표현과 다름없다.그리고 그바탕이 되는 것은 세계 최대.최강의 미 태평양사 령부 예하 각미군부대다.본사 김준범(통일팀).김윤철(사진부)기자가 국내언론사상 처음으로 아태지역내 주요 미군기지의 문을 열었다.
[편집자註] 하와이 오아후섬을 좌에서 우로 45도 방향으로 비스듬히 가로지르고 있는 코올라우 산맥.
비교적 완만한 산맥의 북서쪽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면 짙푸른 태평양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진주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주 속처럼 생겼다 해서 「펄 하버」(Pearl Harbor)란 이름이 붙기도 했지만 좁은 입구와 그 안의 섬,섬을 둘러싸고 있는 크고 작은 반도들이 천혜의 요새임을 짐작케 한다.
세계적 휴양지인 와이키키해변에서 진주만까지는 자동차로 불과 20분거리.『미 태평양사령부(USPACOM)로 가자』는 기자의말에 택시운전사는 고개를 갸우뚱한다.「캠프 스미스」라고 하자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주만 뒤편 산길로 들 어선다.진주만을 약2백~3백 아래로 내려다보는 하라와 고지대에 위치한 태평양사. 정문에 들어서니 2층짜리 노란색 콘크리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미 서부해안에서 아프리카 동부해안까지,남극에서 북극까지 지구표면의 52%,세계인구 60%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지상 최대사령부라는 명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판문점 보다 더 아담한 느낌.태평양과 인도양을 아우르는 역내 45개국을 작전구역으로 거느린 군사령부다운 긴장감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월초 기자가 태평양사를 방문했을 때는 마침 사령관이.취임식이 있은 직후였다.
지난해 9월 오키나와 미 해병의 국교생 성추행사건과 관련한 실언으로 메키 사령관이 전격 보직해임되고 해군제독 프뤼어 대장이 부임했다.
프뤼어 사령관은 신임인사차 지난달 한국과 일본을 방문,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이양호(李養鎬)국방장관을 예방한 바 있다.공보장교인 제임스 중위는 거대한 벽걸이 지도를 가리키며 『아시아.태평양지역은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곳』이라 고 말문을 연다.▶전진배치와 즉응태세를 통한 분쟁억제▶유사시 미국과 동맹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분쟁종식▶역내국가들과의 정치.경제.안보적우호증진등 세가지가 태평양사에 부과된 임무라고 했다.태평양사에소속된 미군은 총31만5천명.전체 미 현역군의 20%가 아태지역에 투입된 셈이다.
사령부의 구성 또한 아태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기본임무에 맞추어 복잡하게 짜여 있다.
태평양전역에 지역별로 설치된 주한미군사령부를 비롯,주일미군사.알래스카사.특수전사.제5합동기동부대등 통합군사령부와 태평양육군사.태평양함대사(해군).태평양공군사.태평양해병사등 구성군사령부로 구성돼 있다.태평양사와 함께 각 구성군사령부 는 모두 진주만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군대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예하부대를 직접 보고싶다는 요청에 태평양사 관계자는 25경보병사단 방문을 주선했다.캠프 스미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25사단(스코필드 배럭)은 팀스피리트 훈련에도 빠짐없이 참가하는 신속기동부대다 .
「열대의 번개」란 부대별명답게 25사단은 유사시 분쟁지역에 신속투입돼 초기진압 임무를 담당한다.
한반도 유사시 전진배치된 동두천 소재 미 2사단(중기갑사단)이 1차방어를 하면 곧바로 25사단이 하와이에서 공수돼 온다.
해밀턴 공보장교는 『25사단의 경우 어떠한 기후와 지형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현지적응훈련이 필수적』이라면 서 1만3천병력의 10%가 항상 오키나와.홋카이도.태국.네바다사막등에서 현지적응훈련중이라고 설명한다.홋카이도 훈련은 한반도 혹한기전투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25사단은 진주만 동북쪽에 위치한 태평양육군사(여기서는 「캠프 섀 프터」라고 통한다)예하부대다. 미 2사단장으로 근무,한국에 대해서도 잘 아는 오드 중장이 사령관이다.사령부건물에 들어서면 한국전 당시 미군 전투사진이 걸려있다.태평양육군사 부대마크에는 모두 12개의 별이 들어있다. 이는 12월을 상징한다.화살표 위쪽의 북두칠성은 7일을 가리킨다.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공격한 12월7일을잊지말자는 의미다.화살표의 방향도 당초는 일본열도를 가리켰지만냉전을 겪으면서 옛소련군 극동군기지가 있는 블라디보스 토크를 향하도록 약간 올라갔다.아시아.태평양시대를 맞아 미.일은 새로운 공동안보를 외치고 있다.태평양육군사 마크의 화살표가 어느쪽을 향해 다시 움직일지 궁금해진다.
캠프 스미스(하와이 오아후섬)=김준범.김윤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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