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즈 “2년 전 큰 실수” 불륜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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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즈 전 의원과 불륜 관계였던 리엘 헌터.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암 투병 중인 아내 엘리자베스와 함께 다니며 가족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존 에드워즈(55) 전 상원의원이 8일 이혼녀 리엘 헌터(44)와 불륜 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날 밤 방송된 ABC방송 ‘나이트 라인’에서 “2년 전 중대한 실수를 했다”며 “내가 한 짓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블로이드 신문인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지난해 10월 “에드워즈와 헌터가 불륜 관계를 맺었으며 둘 사이엔 아이가 있다”고 보도하자 에드워즈는 “쓰레기 같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나는 30년 이상 동안 한 여성만을 사랑했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가 8일 불륜을 인정하면서 “뭇매를 달게 맞겠다”고 했다. 그는 “헌터와의 불륜이 있었으나 관계를 곧 정리하고 아내에게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아내는 격분했으나 나를 용서했고 가족들도 나의 잘못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헌터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그녀의 (5개월 된) 딸은 내 아이가 아니다.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를 받을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스의 한 호텔에서 헌터를 만난 것은 (밀애를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륜 관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말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에드워즈는 2006년 대선용 선거 영상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헌터와 만났다고 한다. 영상물 제작 경험이 별로 없었음에도 헌터는 뉴욕의 한 술집에서 만난 에드워즈에게 “당신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고 한다.

에드워즈는 그런 헌터와 자주 만나다 불륜을 저질렀으며 그의 선거운동본부는 헌터에게 영상물 제작 비용으로 11만4000달러를 줬다. 에드워즈는 불륜 사실을 감추고 당 경선에 나간 까닭에 대해 “가족은 다 알기 때문에 이미 끝난 일이라고 여겼다”며 “정치 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남편이 끔찍한 실수를 했지만 그는 나에게 고백했다. 수치를 무릅쓰고 정직하게 말한 남편의 용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에드워즈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가 2004년에 이어 다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은 이제 사라졌다. 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집권할 경우 에드워즈를 법무장관으로 기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는데, 그 가능성도 없어졌다.

에드워즈는 이달 말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할 기회도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미시간주 의원 출신 데이비드 보나이오는 “에드워즈는 지지자들을 배신했다. 그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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