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이 유럽 가는 송유관 막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호 17면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그루지야 내무부 대변인은 9일 “러시아 전투기들이 수도 트빌리시 외곽의 군 기지들을 공격한 데 이어 바쿠(아제르바이잔)-트빌리시(그루지야)-세이한(터키)을 연결하는 BTC 송유관 주변과 항구에도 폭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남(南)오세티아 반군 지도자의 말을 인용해 지금까지 140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루지야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까. 러시아는 그루지야로부터 독립을 추진하는 남오세티아를, 미국과 유럽은 친서방 성향을 보이는 그루지야 정부(사카슈빌리 대통령)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대와 중앙아시아 석유·천연가스 확보라는 복선이 깔려 있다. 올해 40세인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모험에 가까운 무력 사용은 사태를 단숨에 전쟁 국면으로 몰아갔다. 미·유럽이 섣불리 그루지야 편을 들 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강경하다. 그루지야의 나토 가입을 막기 위해 사카슈빌리 정권의 목줄을 죄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8일 “러시아 인민을 보호하고 남오세티아에서의 폭력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적절한 군사·정치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러시아에 ^전투기·미사일 공격 중단 ^군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번 사태가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이다. 카스피해 연안에서 생산하는 원유가 BTC 송유관(총 1776km)을 통해 하루 100만 배럴씩 유럽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그중 그루지야 구간은 남오세티아 지역(약 100km)을 포함해 약 260km에 이른다. 전쟁이 장기화돼 원유 수송로가 막히면 모처럼 내림세를 보이는 국제유가에 압력을 가할지 모른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과 함께 시작된 전쟁에 대해 중국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7년간 42조원을 들여 준비한 잔치에 재를 뿌리는 사건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소치(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난다. 정상회담에서 메르켈은 당사자 간의 대화와 평화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메드베데프는 그루지야·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미사일방어(MD) 체계 확산의 위험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루지야는 메드베데프 시대의 대내외 정책을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번 주
●10일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야당과 권력분점안 담판 ●12일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인도 방문(13일까지) ●15일 러시아·독일 정상회담(소치) ●16일 매케인·오바마 후보, 기독교 ‘전국지도자’ 포럼 참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