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30분 쇼에 1000억원 … ‘수퍼 차이나’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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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함과 웅대함으로 수퍼 차이나(Super China)의 위용을 뽐낸다’. 8일 개막식에는 역대 최다인 1만5000여 명의 인원이 동원돼 웅장한 공연을 연출했다. 40억 지구촌 TV시청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3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개막식에는 또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억 달러(1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참가국인 204개국에서 모두 1만여 명의 선수 입장이 이어졌다. 올림픽 시설 건립을 위해 투입된 자금도 무려 2800억 위안(약 42조원), 경기장을 지을 때 사용한 철은 4만5000t에 달했다. 개막식이 열리는 냐오차오에서 팔려 나갈 예상 음료수만 17만9400병, 개막식 입장권은 총 6만207장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은 8일 거대한 ‘통제 도시’를 방불케 했다. 평온한 올림픽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 정부와 베이징시 당국은 공항과 시내 도로에 철통 같은 통제를 가했다.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은 개회식이 열리는 이날 오후 7시(이하 현지시간)부터 자정까지 사실상 공항이 폐쇄되며, 베이징 상공의 비행이 금지됐다. 이 때문에 오후 9시5분 출발 예정이던 인천행 대한항공 KE 854편이 결항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경찰의 삼엄한 통제에 대해 “모두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것 아니냐”며 참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엄격한 통제에 힘입어 이날 베이징 시내에서는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개막식 행사를 함께 관람한 정상들은 이제 각자 좋아하는 경기 현장을 찾아 흩어진다. 자연스럽게 대민 접촉이 이뤄지는 경기장은 중국인들의 뇌리에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심는 이른바 스포츠 외교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 베이징 서부 우커쑹 체육관에서 열리는 미국 대 중국전을 관람할 예정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4위에 그친 미국 농구팀이 설욕을 다짐하고 있어 부시 대통령도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다. 호주 케빈 러드 총리도 우커쑹 경기장을 찾아 여자 농구팀을 응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잘 알려진 축구광이다. 브라질팀은 예선에서 중국과 한조에 속해 경기장에 룰라 대통령이 나타나면 경기 외적으로 뜨거운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네덜란드 얀 페터 발케넨데 총리, 아프가니스탄 카르자이 대통령도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를 희망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 대회에서 반드시 흑자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장샤오위(蔣效愚) 조직위 부위원장은 “올림픽 운영 경비는 총 194억1000만 위안(약 2조 9115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입은 195억4000만 위안에 달할 것”이라며 “이로써 약 1억3000만 위안(약 195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올림픽을 위해 투입한 2800억 위안 규모의 시설 건립 자금은 계산에서 제외됐다. 장 부위원장은 구체적인 수입으로 TV광고료 15억 위안, 각종 티켓 수입 13억5000만 위안, 기업 스폰서 15억 위안 등을 제시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앰부시 마케팅(교묘히 주제를 피해 가는 마케팅 기업·비공식 판촉 활동)이 극성이다. 베이징 올림픽 공식 스폰서는 아디다스임에도 나이키가 마케팅에 열성이다.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인 ‘리닝(李寧)’은 한술 더 뜬다. 리닝은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큰 중국 탁구 대표팀과 다이빙 대표팀에 자사 제품을 공급했다. 또 중국 중앙방송(CC-TV)의 스포츠 중계진은 리닝 제품을 입는다. 대다수 중국인이 리닝을 스폰서로 알고 있을 정도다. 장즈용(張志勇) 리닝 CEO는 “아디다스와 돈으로 경쟁할 수 없다. 그래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가전제품사인 신페이(新飛)는 지난해 4월부터 올림픽 응원단을 모집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평행봉 메달리스트인 류쉬안(劉璇)을 동원했다. 몇 달도 안 돼 10만 명이 지원했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정용수 기자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의 참가국, 최대 규모의 투자, 최대 규모의 자원봉자사, 최대 규모의 개막식 인원 동원….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 인구만큼이나 거대한 규모로 치러지고 있다. 이 같은 거대 규모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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