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등 카드社 독일서 맥 못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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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선진국중 유독 독일에서만큼은 신용카드회사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경제규모로는 유럽 최대이면서도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수는 겨우 영국의 10%선인 3백만명에 불과하다.게다가 독일인들은 신용카드가 있다해도 대금지불때 불과 백번가운데 한번 꼴로쓰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용빈도면에서 볼 때 미국의 18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신용카드 보급이 독일에서 저조한 까닭을 월스트리트 저널은 두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까다로운 독일의 국내법때문이다.독일에서 신용카드업에 뛰어든 외국업체가 흔히 반농담조로 듣게 되는 조언이 있다.사업에성공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서비스나 현명한 마케팅보다 유능한 변호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현재 비자카드를 비 롯한 세계적인카드회사들은 독일에서 다른 나라보다 배나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는 독일의 한 소비자단체로부터제소당했다.이 회사가 회원에게 제공하는 마일리지 보너스제도 때문이다.신용카드로 대금지불을 할 경우 사용금액만큼 항공거리로 환산해 일정거리에 달하면 무료항공권 등을 제공하는 이 혜택은 독일에선 불법이다.공정거래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비자카드를 발행하는 미국 시티은행도 역시 독일에서 제소당했다.비싼 독일의 우편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카드를 우송하는 것이 독일 우편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사사건건 뒷다리를 잡는 까다로운 규정때문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회원수가 지난 3년간 1백20만명선에서 더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둘째,빚지기를 싫어하는 독일인들의 사고방식이 카드사용을 막고있다.설사 독일의 신용카드 시장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해도 이윤을 많이 챙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막대한 이자수입을 노릴 수 없기 때문이다.독일인들은 현금사용에 익숙해 있다.빚지기를 꺼리는 국민성때문이다.
따라서 현금대출은 물론 설사 카드로 결제하더라도 즉각 갚아버리는 습성때문에 이자를 무는 경우는 드물다.고작해야 카드회사들은 연회비를 거둬들이는 데 만족해야 할 수준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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