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호씨 부부의…' 전혜성씨 첫 소설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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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97년 장편소설 '마요네즈'와 2002년 역시 장편소설 '트루스의 젖가슴'을 통해 가족 해체 문제 등을 다뤘던 소설가 전혜성(44)씨가 첫 소설집 '소기호씨 부부의 집나들이'(문학동네)를 펴냈다.

두 장편은 각각 문학동네 신인작가상과 대산창작기금을 전씨에게 안겼을 정도로 문단 안팎의 관심을 끌었고, '마요네즈'는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중편 '더티 땐씽'과 단편 7편이 들어 있는 이번 소설집도 그간 전씨가 누려왔던 주목에 값할 만하다.

표제작 '소기호씨…'는 대학 봉사서클에서 선.후배로 만나 결혼한 소기호.최숙용 부부가 파경 직전에까지 내몰리게 된 전말을 다뤘다. 정박아들을 위해 준비한 봉사서클의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에 농아자 관객들이 가세하자 급하게 수화(手話) 진행자가 필요해진다. 이때 나선 이가 숙용이었다. 청년 소기호는 숙용이 가요 '사랑으로' 중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두 뺨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숙용은 결혼 뒤 복지센터 상담사로도 근무했고, 87년 '6월 항쟁'때는 소기호와 함께 대열에 동참하기도 한다.

둘 사이는 3년 전 대기업에서 물먹고 퇴사한 소기호가 잇따라 사업에 실패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소기호는 주사마저 부리게 되고, 결국 아랫도리에 각자 다른 모양으로 붙어 있는 한쌍의 생식기를 제외하곤 두 사람 간의 소통의 방편이 없어지게 된다.

'더티 땐씽'은 무능하지만 순박했던 시골 출신 심정애가 생존을 위해 동물적인 감각과 처절한 투쟁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마치 정글과도 같은 도시의 직장생활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10여년 만에 어떻게 이빨과 발톱을 키워나갔는지를 때로는 절절하게, 때로는 익살맞게 보여준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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