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문제 현주소 진단-통계로 본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좁은 국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묘지에 잠식되고 있다.전통적인매장선호 관행과 명당을 찾아 조상의 묘지를 쓰는 전통 때문에 산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실태=어림잡아 매년 서울 여의도만한 면적(8평방㎞)의 묘소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해마다 2백30만평이 죽은 사람을 위한공간으로 사용된다.이대로 가다간 전국적으로 10년 정도 지나 집단묘지의 공급이 한계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말 현재 전국의 묘지는 9백82평방㎞로 남한 면적의 약1%에 이른다.이는 서울시 면적의 1.6배 크기다.

<그림 참조> 지난해말 전국의 분묘는 1천9백61만기로 추정되고 있다.매년 20만기씩 늘어나는 셈이다.이 수치는 항공사진을 판독한 결과여서 어림 숫자다.묘지를 쓴 뒤 신고를 하지 않는 매장관행을 생각하면 전국 야산에 흩어져 있는 실제 묘지수는이보다 많다고 봐야 한다.
또 전국에 있는 화장장(46곳)의 연간 화장능력은 17만8천구다.그러나 실제 활용률은 지난해 경우 37%인 6만6천여구에불과하다.
돌아가신 분을 화장하는 비율은 지난해 22%에 머물렀다.반면외국의 화장률은 60~97%에 이르고 있다.
전국의 납골당은 54곳으로 대부분 공설 화장장에 부설운영되고있고 일부가 사찰경내 등에 설치돼 있다.전체 봉안능력은 26만8천구이나 활용률은 94년까지 따지면 10만4천구로 39%에 그친다. 새로 생겨나는 묘지도 문제지만 주인없는 묘지는 묘지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현재 이같은 무연고 묘지는 6백만~7백만기로 보건복지부는 추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묘지난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당초 조성된 망우동.용미리(2곳).벽제.남양주군 내곡리 등 시립묘지 5곳중 용미리 2곳을 빼놓고 이미 꽉차 더이상 공간이 없다.용미리 2곳도 3년 뒤면 다 찰 전망이다.
◇문제점=묘지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오래된 매장선호 의식 때문이다.매장률이 높은데는 죽은 조상의 시신을 훼손해선 안된다는 풍습과 풍수지리를 따지는 오랜 의식이 깔려 있다. 국토개발연구원이 95년3월 수도권 주민 1천8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민들의 71%가 화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했으나 정작 본인이 『화장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11%뿐이다.게다가 아직도 풍수지리설을 믿어 매장을 선호하는 것 으로 나타났다.
묘지행정의 부재도 묘지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법상 신고를 하고매장을 해야 하나 이를 어겨도 단속하는 시.도가 없다.지자체가운영하는 공설묘지를 사용할 때는 신고해도 선산에 묻을 때 신고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탓이다.
김기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