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수치리에 사는 김주기(61.사진)씨는 50여년간을 너와집에서 살았다.
그는 너와집에서 태어나 10여년전 법수치리에 너와집이 완전히없어질 때까지 줄곧 그곳에서 생활했다.
평야지대에선 볏짚으로 지붕을 이었듯이 화전민들은 산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껍질과 나무판자로 지붕을 이은 너와집을 지었다.너와집에서 50여년을 살았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삶은 보통사람들과 판이했다.
金씨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창으로 곰을 잡은 사람이다.40년전미천골에서다.1쯤 눈이 왔을 때 6명이 같이 가서 잡았다.
『선창꾼에겐 뱃살을 주고 후창꾼에겐 뒷다리를 주었어.웅담? 웅담은 나눠 가졌지.』 귀하다는 송이를 장아찌로 만들어 먹고 술을 담가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산간오지에서 산 덕분이었다.
그러나 산골생활은 좋은 일보다 불편한 것이 더 많다.논농사는하지 않아 쌀밥은 별로 먹어보지 못했다고 한다.힘들게 수확한 잡곡을 소금과 바꾸기 위해 주문진장에 가는데 2박3일은 꼬박 잡아야 했다.
어성전에서 망재를 넘어 상월천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장을 본다.돌아올 땐 역순으로 하룻밤을 더 자고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 장뇌를 근처 산에 심었다.장뇌는 15년은지나야 약효가 제대로 나온다.
『살아선 장뇌 덕을 못 볼지도 모르겠어.하지만 어때.자식이나손자가 수확할 수 있으면 되지.』 풍족하진 않지만 느긋해질 수있다는 것.그것은 산골생활이 주는 또 하나의 혜택이다.
하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