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양판점약국 값할인 제동-가격질서문란 이유 영업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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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관절염을 앓고 있는 안상면(安相冕.78.서울강동구명일동)씨는지난달 18일 싼값에 약을 지어주는 동네의 대형 양판점(量販店)약국인 길동 B약국에 들렀다가 철문이 내려진 것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安씨는 다음날 싼값에 약을 사러 대형약국들이 몰려 있는 종로5가로 가 한나절을 돌아다녀야 했다.
지난해말 박리다매(薄利多賣)의 새로운 영업방식으로 세워진 B약국이 주민들에게 헐한 값에 약을 팔아 약사법상의 「가격질서문란」행위를 했다고 강동구보건소로부터 3일간 영업정지를 당한 탓이다. 천식으로 이 약국을 찾는 이춘순(李春順.67)씨는 같은이유로 며칠후 또 문닫게 됐다는 말을 2일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참다못한 강동구 노인들은 『비싼 약값으로 담합해오던 부근소매약국들이 피해를 보자 지역약사회를 앞세워 보건소로 하여금 이 약국을 처벌하게 하고 있다』며 명일동 노인회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에 진정서를 냈다.
서울송파구 주민들도 비슷한 불편을 겪었다.韓모(57.여)씨는지난해 7월말 고혈압약이 떨어져 석촌동에 있는 양판점약국인 T약국에 들렀으나 역시 비슷한 경로로 영업정지를 받은 상태였다.
아홉번째 행정처분이었다.이 약국은 경찰에도 다섯번 고발됐다.
韓씨는 결국 2만3천원에 사던 약을 기존 소매약국에서 3만7백원에 사야했다.
강동구약사회는 『길동 B약국은 표준소매가 제도에 따라 약사회가 정한 공장도가격 밑으로 약을 팔아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형약국들이 집중돼 있는 서울종로5가.영등포부근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인하된 약값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기존 소매약국들의 가격담합<표 참조>은 주민들 가계에 부담을주고 있다.피로회복제 드링크의 경우 강동.송파구 양판점약국이 1백50원 안팎에 파는 반면 소매약국들은 4백원 정도에 판다.
한편 복지부 이경호(李京浩)약정국장은 『약사법의 가격질서규제 조항이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공정거래를 위해 가격질서는 지켜야 한다고 본다』며 『현재로선 법을 손질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동네 양판점약국=94년 우루과이라운드(UR)체제 출범이후 시장개방에 대비해 젊은 약사들을 중심으로 주택가에 생겨났다.약사가 7~10명이며 약국크기는 소매약국의 5~6배에 이른다.전국 주택가에 1백50여개가 생겼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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