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부시 방한에 맞춰 긴장감 높이기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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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달 12일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사업 파트너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명의로 담화를 한 차례 냈지만 북한 군부는 사건 전면에서 물러나 있었다. 이 때문에 이날 ‘금강산지구 인민군 부대 대변인의 특별담화’는 그동안 정부 대응을 지켜보던 북한이 내부적으로 ‘압박에는 압박으로 나선다’는 대남 전략을 확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담화에는 “위임에 따라” 발표한다는 문구까지 명시해 북한 최고위층의 지시로 담화가 나왔음을 공개했다.

물론 담화는 “유관 부문을 통해 유감의 뜻도 표명했다”며 우회적으로 유감 표현을 집어넣었고, 금강산 관광의 완전 중단도 언급하지 않아 여지를 남겼다. 정부도 “인내심을 갖고 성의 있는 조치를 기다리겠다”고 해 북한 군부에 대한 자극을 피했다. 그러나 ‘민간인 피격 사망의 부당성을 짚겠다’는 정부에 대해 ‘남측 압박에 대응하겠다’는 담화까지 낸 북한이 물러서기는 어려워 보여 남북 간 경색 양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시 대통령 방한 이틀 앞두고 나와=북한 군부가 담화를 발표한 3일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8일엔 중국이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도 개막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담화를 통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았다”며 “특히 부시 대통령 방한과 베이징 올림픽이 인접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대북 정책이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진전과 중국의 올림픽 개최에 불편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음을 보여 주려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수 정부에 대결 전략으로=이날 북한군이 발표한 담화의 요지는 ‘금강산 피격 사망 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으며, 이를 무시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남측에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담화는 ‘민간인 피살’ ‘남북 합의서 위반’이라는 정부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담화는 “군사지역 내의 엄격한 군사적 대응 조치는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이 적용된다”며 “남조선 괴뢰군도 불복하면 조준 사격한다는 ‘교전규칙’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이 합의한 금강산관광지구에서의 출입·체류합의서는 “관광지 안에서의 무사귀환을 보장하기 위한 사항”이라며 군사통제구역에선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2006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강행처럼 압박에는 압박으로 나서 주도권 잡기를 시도한다”며 “이번에도 ‘대결 전략’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은 이미 중단된 만큼 더는 잃을 게 없고, 개성 관광 중단도 감수할 생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노동신문을 통해 “남조선이 우리와 등지고 어떻게 살아 나갈지 두고 보겠다”고 했던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주목받는 베이징 접촉=남북 당국 간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우리 측의 해법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피격 사망 사건의 책임론을 놓고 ‘핑퐁 공방’이 계속되며 접점이 쉽게 만들어질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관심은 베이징 올림픽 때 방중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간의 접촉 가능성에 모이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북한 체제에서 명목상 ‘2인자’인 김영남 위원장의 역할은 극히 제한돼 있지만, 접촉이 이뤄질 경우 적어도 김영남 위원장이 메신저 역할을 할 수는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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