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 “박태환·류샹 응원할 거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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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바오다. 겅바오!”

그룹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24)이 며칠 전 방송 녹화를 위해 베이징 시내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다. 한경을 알아본 수백 명의 시민이 몰리는 바람에 그는 10여 초 만에 녹화를 접고 차에 올라야 했다. ‘겅바오’는 한경의 중국 별명이다. 한경의 ‘경(庚)’에, 보물 ‘보(寶)’.

그는 4개월 전부터 슈퍼주니어-M(한국인 4명, 중국인 3명의 멤버로 구성)의 리더 역할을 하며 중국 활동에 전념 중이다. 지방공연 때는 구름같이 몰리는 팬 때문에 늘 공안(公安)의 에스코트를 받는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소후닷컴 등 인터넷을 통해 중국 팬에게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2001년 ‘제2의 H.O.T’를 꿈꾸며 한국행 오디션을 봤던 한경은 지금은 ‘제2의 슈주(슈퍼주니어)’를 꿈꾸는 중국 청소년의 우상이다. 그는 중국의 56개 민족 가운데 인구수에서 55위(4200명)인 허저(赫哲)족 출신이다. 그런 그가 중국 내 인기에 힘입어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다. ‘중화권 스타 100인’에 선정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올림픽 100일 전야제 무대에 올랐고, 베이징 올림픽 주제가인 ‘베이징 환잉니(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합니다)’엔 그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지난달 31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에서 스타가 돼 금의환향한 것만도 기쁜데 성황 봉송 주자가 되다니 꿈만 같아요.”

신인 때 보아·동방신기와 함께 베이징 올림픽 기념무대에 서고 싶다던 그는 마침내 꿈을 이뤘다.

“아무리 바빠도 헬스클럽에서 한두 시간씩 달리기를 해왔어요. 성화 봉송을 위한 몸 만들기죠.”

그는 6, 7, 8일 성화 봉송을 할 다른 주자들과 함께 4일 베이징의 모처에 소집된다. 누가 언제, 어느 구간에서 성화 봉송을 할지는 비밀이다. 소집 장소엔 휴대전화도 가져갈 수 없다. 한경은 “007 작전 같다”며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성화 봉송을 마친 뒤 그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얼까. “집에 가서 성화봉을 부모님께 드리고 싶어요. 가장 영광스러운 선물이 될 겁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육상 110m 허들 경기는 꼭 보러 간다는 계획이다. 중국 팬들이 준결승과 결승 티켓을 구해줬다고 한다. “결승전 티켓은 부모님께 드리고, 저는 준결승을 볼 겁니다. 중국의 영웅 류샹을 목청껏 응원할 거예요.”

그가 응원하는 한국 선수는 박태환(수영)이다. 그는 학창 시절 수영선수로도 활동했기에 수영에 관심이 많다.

“제가 좋아하는 박태환 선수가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거둬 목에 메달 거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그에게 한국 선수와 중국 선수가 맞붙었을 때 누구를 응원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고 묻는 것과 같아요. 정말 곤혹스러운 질문이죠(웃음). 저는 중국인이지만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합니다. 올림픽 이후엔 한국과 중국이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부모가 운영하는 만두가게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그가 7년 전 3000 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은 스타가 돼 어려운 형편의 가족 살림을 돕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코리안 드림’의 성공에 힘입어 그가 부모에게 내드린 만두가게는 현재 2호점을 낼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37가지 만두를 만드는데 다 맛있어요. 벌써 한국 팬들에게 소문이 났어요. 김치만두도 있으니까 베이징에 오시면 꼭 들러주세요.”

베이징=정현목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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