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숨긴 채 총장 수행 “몸을 닦는 일에 행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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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목연수 부경대 총장. [부경대 제공]

 4년 임기를 끝내고 4일 이임하는 목연수(60)부경대 총장의 암 투병 사실이 학내외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암과 싸우면서도 총장직을 열심히 수행, 학교 발전을 이끈데 대해 교직원과 학생 등 주변 사람들이 놀라움과 감탄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2006년 9월 건강검진 결과 대장암이 확인돼 서울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는 항암치료와 식이요법 등으로 현재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 활동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재임 기간 16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280여차례의 회의에 참석했다. 덕분에 부경대가 2년 연속 혁신 전국 최우수 대학에 선정됐고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립대학으로 성장했다고 교직원들은 평가하고 있다. 개교 이래 가장 많은 220억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했다. 이런 목 총장에게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무한한 존경을 보내고 있다. 4일 이임에 맞춰 발간되는 백서에도 감사와 찬사가 쏟아졌다.

김재철 명예총장(동원그룹 회장)은 “학교를 위해 건강까지 희생해가며 달려왔던 부경대의 진정한 거인 목연수 총장에게 부경인의 한 사람으로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며 “매사를 적극적으로 생각하여 일을 추진한 결과 부경대의 위상을 크게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강의구(코스모스쉽핑 회장) 발전후원회장은 “병마와 싸우며 학교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경외감을 느낀다. 환우에 결코 절망하지 않고 투병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어가는 자세는 놀라운 광경이었다”고 회고했다.

목 총장은 투병 사실을 지난 봄 모 병원 사보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투병 생활이 주는 좋은 것들에 대해’라는 글은 “투병생활이 참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행복한 점, 고마운 점도 있다”고 시작했다.

그는 “건강할 때 안보이던 것들이 투병생활을 하면서 보이고 느껴진다”며 그 사례로 시간과 몸, 주변에 대한 시선, 스스로에 대한 자각 등을 들었다. 그는 “순간 순간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까워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싶어진다. 나의 몸을 무쇠인양 착각하고 학대했다. 영혼의 거처인 몸을 이처럼 가꾸지 않고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후회했다. 그러나 그는 “투병 과정에서 부정적인 애착이나 기호에 대한 집착도 벗을 수 있고, 몸을 갈고 닦는 일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저를 응원해주는 소중하고 고마운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뒤늦게나마 알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투병생활에서 얻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나는 왜 세상에 태어났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세상에 대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며, 인류의 발전을 위해 무슨 봉사를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자각을 하게 된 것”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1일 만난 목 총장의 얼굴에서 암환자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활달했다. 그는 “암이 거의 완치됐다”고 말했다.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학교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교수와 교직원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한번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돼 기대가 크다. 졸업생의 취직률이 41%에서 61%로 높아지는 등 학교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쉬운 점은 없는가.

“교직원들이 좀 더 분발하면 좋겠다. 교수들도 폐쇄성을 벗어야 한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임후 어떻게 지낼 계획인가.

“안식년을 가지면서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뒤 평교수로 복귀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일깨워내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싶다.새로 주어진 삶이라 여기고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겠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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