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登輝 대만의 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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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만 총통선거는 당초 예상대로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압승(壓勝)으로 끝났다.이번 선거는 대만 최초의 직선제(直選制)총통선거일 뿐만 아니라 5천년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직접 최고통치자를 선출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군사압력을 받으면서도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점에서 대만인들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대만의 민주화는 지난 87년 38년에 걸친 계엄령해제로부터 시작,94년 7월 개헌에서 총통직선제가 확정됐으며,이번 선 거로 정점(頂點)에 달한 상태다.
이제 남은 문제는 앞으로 4년간 李총통이 대만을 어떻게 끌고갈 것인가다.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양안(兩岸)관계다.李총통은 그동안 추진해온 대만의 국제적 지위 향상을 목표로 한 소위탄성(彈性)외교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그러나 중국은 이를 좌시(坐視)하지 않을 것이다.따라서 양안관계는 앞으로도 험난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번 선거로 큰 충격을 받았다.선거의 진정한 패자(敗者)는 중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어찌 보면 중국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대만독립보다 민주화다.국민소득 1만3천달러대 4백50달러라는 경제적 격차에 정치적 민주화까지 이 룸으로써 체제경쟁에서 사실상 대만이 이기고 있음을 중국은 두려워 한다.이는 또 97년 홍콩,99년 마카오 반환과 물려 있으며,89년 천안문사태와 같은 민주화요구 시위가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대만의 긴장관계는 두 나라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다행스럽게도 선거직후 양측에서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롄잔(連戰)대만행정원장이 중국과 평화협정 추진용의를 밝히고,중국정부가 정상회담을 다시 제안하고 나섰다.양측은서로 한걸음씩 뒤로 물러나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바란다.그것이 중국인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길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질서를 안정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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