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라이벌열전] 자두 vs 살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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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다 여름 과일이지만 시장에 나오는 시기는 조금 다르다. 살구철은 이미 끝났다. 6월 중·하순 출시됐다가 이내 자취를 감춘다. 국내 유실수 중 가장 일찍 익는 것이 살구右다. 반면 자두左는 7∼9월이 제철이다. 원산지는 둘 다 중국이다. 살구는 약 4000년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과일 중심에 단단한 씨가 있는 핵과류(核果類)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씨나 덜 익은 과육에 아미그달린이란 독성 물질이 있다는 것은 모든 핵과류의 ‘숙명’이다. 자두보다 살구에 약간 더 많다. “장이 나쁜 사람이 설익은 살구를 먹으면 배앓이를 한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전지혜 박사).

독과 약은 ‘동전의 양면’이어서일까? 아미그달린은 요즘 암세포를 억제하는 성분으로 주목받는다. 천식 치료에도 사용된다.

‘식물을 숙성(노화)시키는 호르몬’으로 통하는 에틸렌이 보관 중에 많이 생긴다는 사실도 두 과일이 같다. 전문가들이 “자두·살구를 다른 과일이나 채소와 함께 넣어두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껍질에 상처가 있으면 에틸렌 발생량이 증가하므로 구입 시 외관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열량도 비슷하다. 100g당 열량이 살구는 28㎉, 자두는 25㎉다. 이 정도라면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별 부담 없이 먹을 만하다.

자두와 살구는 속(屬)은 같지만 종(種)은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색·생김새·맛도 제각각이다. 살구는 껍질 색도 과육색과 같은 오렌지색이다. 자두는 처음엔 녹색이다가 점차 적색·황색·흑자색·황적색 등 품종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생김새도 살구는 둥글지만 자두는 공·계란·끝이 뭉퉁하거나 뾰족한 모양 등 다채롭다. 또 자두는 즙이 많고(수분 93.2%) 맛의 스펙트럼이 넓다.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져 있다. 반면 살구는 즙이 상대적으로 적다. 맛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자두·살구를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00g당 비타민 C 함량은 둘다 각각 5㎎에 그친다. 딸기(71㎎)·레몬(70㎎)·오렌지(43㎎)·키위(27㎎)와는 상당한 차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기로 치면 자두다. 그래서 변비로 오래 고생한 사람에게 자두를 권한다(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손정민 교수).

유해산소(노화·암의 원인)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의 종류도 다르다. 살구는 베타 카로틴(노란색 색소 성분, 몸안에서 비타민 A로 바뀐다), 자두는 안토시아닌(검푸른 색 색소 성분)이다. 한방에선 살구씨를 약재로 썼다. 기침과 가래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어서다. 자두는 간질환이 있는 사람과 지난밤에 과음한 사람에게 권한다.

최근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는 자두와 살구를 결합한 플럼코트(plumcot)를 만들었다. 자두가 엄마, 살구가 아빠인 이 과일의 명칭은 자두(plum)와 살구(apricot)에서 반씩 따왔다. 과일 표면에 미세한 털이 있고 과육의 색이 오렌지색이어서 살구와 비슷해 보이나 껍질이 붉은 것이 살구와 다른 점이다. 맛은 자두와 살구의 맛을 반씩 섞어놓은 것 같다. 당도는 살구·자두보다 높다. 국내 소비자가 이 과일을 시장에서 사려면 앞으로 7년은 기다려야 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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