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개발’ 성공하려면 돈·권한 더 과감하게 지방에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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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겉 포장과 내용이 따로 놀고,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육동일 대전발전연구원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립서비스로밖에 안 들린다”고 말했다. 산술적 지역 균형에서 벗어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면서 정작 수도권 규제 완화는 뒤로 미룬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말보다 성공 사례 보여야=행정구역을 넘어서는 통합·연계 개발을 하겠다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크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무 세분돼 있고 서로 싸우는 상황”이라며 “제주도처럼 시·군 통합이 되지 않으면 광역 개발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필요에 따라 경기도와 강원도가 손을 잡을 수 있고, 경기도와 충청도가 협력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4대 초광역권이나 7대 광역경제권은 중앙정부가 또다시 마음대로 칸막이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자생력을 높이고 광역 개발을 하려면 중앙정부가 더 과감하게 돈과 권력을 지방에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제주특별자치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한이 많은 곳이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태환 도지사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제주도는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라며 “24시간 이용이 자유로운 공항도 없고, 법인세 혜택도 없고, 면세점도 한 곳밖에 없는 이름뿐인 국제자유도시”라고 말했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는 “정부가 추구하는 국토 정책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성공 모델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혁신·기업도시의 틀을 유지하는 바람에 정부가 지방 정책을 완전히 바꾸기 어려워진 면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대못이 워낙 깊숙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기존 정책을 승계하지 않았을 때 생길 지방의 반발, 부동산 시장 혼란 등을 감안한 차선책”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 규제 논란=한만희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방정책의 성과가 가시화돼야 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좌승희 원장은 “아직도 수도권과 지방을 대립적인 시각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도권의 고용을 1% 줄이고, 그만큼 지방의 고용을 늘리면 수도권의 소득은 1.1% 감소하지만 지방의 소득은 0.27% 증가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국가 전체소득은 오히려 0.4% 줄어든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수도권과 지방의 소득을 모두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이전과 공기업 민영화를 연계한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광수 강원대 교수는 “조건을 자꾸 달다 보면 공기업 민영화는 실종될 수 있다”며 “설령 판다 해도 헐값 매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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