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투신과 '住專'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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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얼마전 현대그룹이 인수하려다 정부의 저지로 실패했던 국민투신에 대해 재정경제원이 긴급수혈에 나섰다.이번 정부의 투신사 영업기반확충대책은 일본의 대장성(大藏省)이 주택전문금융회사(住專)의 부채탕감을 위해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조치를 연상케 한다.
물론 사태의 심각성이나 지원규모면에서 일본의 경우가 훨씬 더 심각하지만 본질에 있어 매우 유사하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내에서 금융을 대장성에서 분리하자는 여론이 비등한 이유를 우리 정부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삼을만하다.양자의 경우 모두 시장을 키우지 않은채 인허가에 의한 지나친 개입을 포기하지 않는 관료와 관료집단 의 산하기관 낙하산인사가 문제의 본질로 등장하고 있다.
현대의 위성그룹에 의한 변칙인수를 문제 삼았던 정부도 국민투신의 경영위기에 대해서는 구태의연한 대책밖에 없는 모양이다.국민투신의 경영위기는 당초 정부가 지나치게 증시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시키거나 누르려 한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즉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증시부양을 요구하면 압력에 못이겨 투신을 통해 주식을 매입하라고 지시하곤 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선거철을 맞아 당초 예정된 증안기금(證安基金)폐지의 연기를 검토한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증시가 장기적으로 안정상승했다면 국민투신의 경우도 이렇게까지 경영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에 의한 시장에서의 조정을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잣대에 의해 저지했다.저지한 후에는 국민투신경영을 어떻게 정상화할 것이며,책임있는 경영주체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대책을 제시했어야 했다.그대신 정부는 급한 나머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대책을 내놓았다.당장은 달콤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이는 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개입과 지원보다는 자율과 자생력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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