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설 '안샬라'영화화 이민용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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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해 영화감독중 가장 행운아로 꼽히는 『개같은 날의 오후』의 이민용 감독(사진)이 2탄을 준비중이다.후속작은 지난해 모일간지 광복50주년 기념 현상문예 당선작인 『인샬라』(신의 뜻대로란 아랍어)를 각색한 작품.
북한 정보장교와 남한출신 미국유학생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민감한 스토리 때문에 벌써부터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88년 미국유학생 이향은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다 조난당한다.남한과 미수교국인 알제리 의 작은 도시로 오게 된 그녀가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사막을 향한탈출 뿐.이향이 사막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북한 정보장교 한승엽의 도움을 받게 되고 둘은 서로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그러나결국은 자신들의 「조국」 때문에 이 별하게 된다는 얘기다.
분단이후 남북한 이성의 사랑을 다룬 영화는 한편도 없었다.어떻게 만들든 이념적인 문제가 거치적거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인샬라』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검열 문제가 거론되면서 어떤 방향으로 연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촬영현장 사 전답사 관계로 파리에 와있다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한 李 감독을 현지에서 만나 연출방향을 들어봤다.
『그냥 사하라사막에서 벌어지는 사랑 얘깁니다.사랑에 초점을 맞춰 정치적 시각은 완전히 배제하려고 합니다.그래야 분단이 주는 비극이 그 자체로 부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李감독의 기본 방침은 정치성 배제.원작에 북한의 반정부 지식인으로 설정된한승엽이 영화에선 조국에 대한 애정이 강한 인물로 바뀐다.북한쪽 상대를 반정부적 성향의 인물로 두는 것은 친(親)남한 성향이 짙은 사랑이란 李감독의 생각 때 문이다.
또 영화적 재미를 위해 원작에 없는 액션 장면이 삽입된다.테러교관으로 파견된 한승엽이 세계 각지의 내전현장에 파견돼 벌이는 활약상이 그것.
러브스토리와 액션을 가미해 관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그러나 섹스신은 두 남녀의 불같은 사랑에 대한 상징으로 사막에서한번만 설정됐다.
『영화는 1백% 사하라사막에서 촬영하게 됩니다.1차 후보지로알제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촬영허가가 안날 경우 모로코나 튀니지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등장인물도 남녀주연을 제외하면 모두 아랍권을 비롯한 외국배우들입니다.언어도 한국어를 비롯해 아랍어.프랑스어.영어.일어등 5개국어가 등장합니다.사막촬영 경험도 없는데다 외국어 처리문제와 외국배우 캐스팅문제까지 겹쳐 전반적으로 제작이 어렵습니다.그러나 러브 로망이니 만큼 무엇보다 주연배우 캐스팅에 신경이 많이 갑니다 .현재로선 남자배우를 기성배우로 하고 여자는 신인중에서 기용할 생각입니다.』 『인샬라』는 총2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12월에 프랑스에서 후반작업까지마치고 올 연말이나 내년초 개봉될 예정이다.李감독은 『언젠가 러브 로망을 꼭 한번 만들고 싶었는데 기회가 너무 빨리와 당황스럽다』면서 『대표작을 만드는 기분으 로 사막의 먼지와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베를린=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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