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발 쐈다는데 총성 왜 두 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16일 서울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고 박왕자씨 피살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북한 군이 총을 네 방 쐈다는데 목격자들은 왜 두 방만 들었나? 경계 펜스를 넘을 때 평소같이 왜 호각을 먼저 불지 않았나? ’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 진상조사차 북한을 다녀온 뒤 16일 서울 계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새로운 내용을 밝혔다. 그러나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우리 측의 문제 제기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북한 측의 일방적 해명만 듣고 와 혼선만 더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윤 사장은 “방북 동안 (사건이 발생한) 해수욕장 주변을 세 번 조사했다”며 “그 결과 사건 당일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은 것과는 몇 가지 다른 내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윤 사장은 방북 때 펜스 너머 피격 현장에는 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윤 사장은 “추후 정부합동조사를 기대해 펜스 너머 피격 현장에 들어가겠다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윤 사장이 밝힌 내용은 숨진 박씨의 총격 횟수와 이동시각, 거리 등 모든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과 달랐다. <표 참조>

북측은 총격 횟수가 당초 공포탄 한 발을 포함해 모두 세 발이라고 말해왔으나 이번에는 공포탄 한 발과 조준사격 세 발 등 모두 네 발로 수정했다. 그러나 당시 목격자들은 두 발만 들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윤 사장은 박씨가 오전 4시18분 호텔을 나서 35~40분쯤 펜스를 넘은 후 50분쯤 펜스로부터 800m 지점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총격은 55분에서 오전 5시 사이에 벌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윤 사장은 북한군 조사내용을 토대로 “초병이 박씨를 펜스 너머 800m 지점서 발견하고 ‘움직이면 쏜다’고 외쳤으나 그대로 도주했다”며 “박씨는 평지처럼 다져진 해안가를 달렸고 북 초병은 발이 빠지는 모래사장 위로 추격해 거리가 오히려 벌어지자 사격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먼 거리에 떨어져 있던 초병이 호각도 불지 않고 말로 ‘서라’고 요구했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금강산 해수욕장 인근 북 초병들은 평소 관광객이 펜스를 넘거나 초소 방향으로 사진을 찍기만 해도 호각을 불어 경고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호각을 불지 않았다.

특히 박씨가 호텔을 나선 시각은 처음 알려진 오전 4시31분이 아니라 4시18분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윤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정확한 시간 확인을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표준시계를 가져가 대조한 결과 박씨가 묵었던 비치호텔 CCTV(폐쇄회로TV)에 설정된 시간이 정상보다 12분50초 빨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CCTV 시각이 왜 빨리 설정됐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글=안혜리 기자사진=김태성 기자

[J-HOT]

▶ "北 초병, 왜 평소같이 호각 먼저 안 불었나" 의혹 더 커져

▶ 현대아산, 총격사건 후 '남쪽 연결 전화 차단' 파문

▶ 부검 결과 발표…"박씨 AK-74 소총에 피격 추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