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어 ‘독도’ 폐기 땐 독도 자료 찾으려면 ‘일본해 섬들’에서 검색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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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어 변경으로 독도가 섬(islands)에서 암석(rocks)으로 달라지는 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섬은 국제법상 영유권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암석은 다르다. 독도를 암석으로 규정하면 한국의 실효적 지배권마저 침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도쿄에서 서남쪽으로 1740㎞ 떨어진 태평양에 있는 10m² 크기의 작은 암석을 놓고 일본과 중국은 분쟁을 겪고 있다. 이곳을 지배하는 일본은 최남단에 있는 섬이라고 주장하면서 이곳을 기준으로 200해리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선포했다. 그러나 중국은 암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곳의 바위가 파도로 인해 계속 마모되자 일본은 1993년 궁여지책으로 이 암초에 콘크리트를 둘러쳐 ‘오키노도리(沖ノ鳥)’라는 인공 섬을 만들었지만, 중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독도가 ‘리앙쿠르 암석’으로 전락할 경우 독도를 기준으로 한 우리의 해상 권리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 의회 도서관 측은 변경 사유에 대해 미 지명위원회와 지리원이 이미 독도 표기를 리앙쿠르 암석으로 바꿨기 때문에 따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 의회 도서관 주제어는 누군가 신청하지 않으면 웬만해선 변경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일본 측이 정부든 민간이든 미 의회 도서관의 상징성을 감안해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찬규 단국대 명예교수(국제상술중재재판소 한국 측 판사)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어느 정도 일본의 의도대로 움직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한국 정부는 그동안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도 일본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언제든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영구 려해연구소 소장(전 한국해양대 법대교수)은 “일본이 치밀하게 노력한 것 같다”며 “우리도 감정만 앞세우지 말고 독도가 우리 땅임을 다른 국가에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알리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이형탁 인턴 기자

◇리앙쿠르 암석=1849년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호에 의해 독도가 처음 유럽에 알려진 데서 유래한다. 독도·다케시마(竹島) 대신 불리는 제3의 명칭이지만, 한·일 간 영토 분쟁 지역이라는 느낌을 준다. 미 지명위원회는 독도를 ‘리앙쿠르 암석’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영역(Area)은 북위 37˚15′00″, 동경 131˚ 52′00″ 한국(South Korea)으로 명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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