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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하듯 취재하는 PD수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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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MBC ‘PD수첩’이 광우병 보도 관련 핵심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아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취재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데다 15일 해명 방송을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본질과 거리가 먼 해명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PD수첩은 언론의 문제 제기에 “의혹이 있으면 직접 취재해 사실관계를 밝히라”고 대응한다. ‘본질 흐리기’식 해명이다.

◇한밤중에 전화해 대뜸 유도성 질문=PD수첩 제작진은 해명 방송 전날인 14일 밤 11시15분쯤 중앙일보 방송 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을 “PD수첩 이○○ PD”라고 소개한 그는 대뜸 “혹시 휴메인 소사이어티(다우너 소 불법 도축을 고발했던 미국 동물보호단체)에 다우너 소를 광우병과 연결하는 것이 왜곡이냐고 문의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밤중에 뜻밖의 전화를 받은 기자가 유도성 질문에 불쾌해하며 “지금 나를 취재하는 거냐. 내일 해명 방송을 위해 전화한 거냐”고 묻자 이PD는 그제야 “그렇다. 그럼 내가 사적인 호기심 때문에 전화했을 리는 없지 않으냐”고 대답했다. 이는 해명 방송에 본지 기자의 발언을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통화를 녹음하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기자는 “대답할 수 없다. 지금 하는 말이 해명 방송에 (왜곡돼) 쓰이는 걸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전화를 끊었다.

PD수첩이 이러한 취재를 통해 얻어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 내용은 국민이 갖고 있는 의혹을 밝히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방식도 MBC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자체 방송강령을 어긴 무리한 것이어서 취재윤리 위반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강령에는 “인터뷰는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응답자의 동의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보도·시사 프로그램)”고 돼 있다. “전화 대화의 녹음은 대화자의 동의 없이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도 있다.

◇빈슨 어머니·주치의 직접 접촉 안 했다?=PD수첩 주장과 달리 중앙일보는 워싱턴특파원을 통해 이달 초 빈슨의 어머니·주치의 등 관계자들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주치의는 휴무 혹은 진료 중이라는 이유로 통화가 계속 이뤄지지 않았다.

빈슨의 어머니는 전화 통화에서 “버지니아 보건당국으로부터 딸의 사인에 대한 최종 결과를 통보받기 전까지는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빈슨의 사인을 조사한 전미프리온질병병리학감시센터(NPDPSC)의 피에르 루이지 감베티 박사에게도 빈슨의 MRI 진단 결과를 문의했으나 “환자의 개인 의료기록이라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기선민 기자,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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