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주 펀드, 어찌하오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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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귀환을 너무 서둘렀나-’.

미국발 신용위기가 재발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9.29포인트(3.16%) 내린 1509.33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중 최저치다. 전날 미국 국책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에 대한 긴급구제책에도 신용위기가 다른 은행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주가 동반 하락하자 글로벌 금융주 펀드도 애물단지가 됐다.

올 3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베어스턴스의 파산과 매각을 정점으로 신용위기가 끝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자 자산운용회사가 앞다퉈 글로벌 금융주 펀드를 내놓았으나 3개월도 안 돼 금융위기가 재발한 때문이다. 추가 손실이 더 나기 전에 환매를 해야 할지, 추가 불입해 ‘물타기’를 하는 게 옳은지 펀드 투자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간다.

◇실적 전망 어두워=14일 미국 S&P500의 은행업종 지수는 10% 가까이 폭락했다. 미국 민간 모기지 업체인 인디맥은 투자자들의 인출 요구 압박에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여러 개 은행의 파산에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번 주부터 연달아 나올 미국 금융회사의 실적도 악재다. 16일 웰스파고, 17일 메릴린치·JP모건체이스, 18일 씨티그룹이 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부분 추가 손실 규모를 밝히거나 전년에 비해 쪼그라든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발표를 계기로 주가는 다시 한 번 휘청거릴 공산이 크다.

◇추락하는 금융주 펀드=미국 금융주의 주가 추락에 글로벌 금융주 펀드도 연일 손실 폭을 키우고 있다. 올 들어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귀환주식’ 펀드는 3개월 만에 원금의 3분의 1 가까이를 까먹었다. 메릴린치·씨티그룹 등 미국계 IB를 비롯, 미즈호·미쓰비시·코메르츠방크 등 일본과 유럽계 은행도 다수 편입했으나 전 세계적인 금융주 약세에 수익률이 바닥을 기었다. 미국계 IB를 주로 편입한 ‘한국월드와이드월스트리트투자은행주식1’ 펀드도 1년 동안 원금의 43%를 허공에 날렸다.

일각에선 글로벌 금융주 펀드의 손실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고 비난한다. 이들 펀드는 3월께 집중 출시됐다. 당시엔 금융주가 바닥을 찍고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당장 투자하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가 통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분산 투자의 철학을 심어줘야 할 운용사·판매사가 나서서 ‘시장 타이밍’을 노리는 투자를 권장했다”며 “시장 상황이 어찌될지 누구도 모르는데 시장을 예측해 투자하라고 부추겨 고객의 손실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일단 가입한 이상 언제 환매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대신증권 김순영 연구원은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조건 장기 투자를 고집하기는 어렵다”며 “그렇다고 섣부른 환매는 손실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전체 펀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차원에서 5% 수준으로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규 가입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바닥에서 가입하려 하기보다는 반등세가 나타날 때 들어가라”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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