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자키균 잡아라! 곳곳에 살균장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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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유(조제유)·이유식은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아기의 음식이어서 위생·안전이 어떤 식품보다 중요하다. 아기는 위·장 등 소화기관이 미숙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에도 취약하다. 분유의 발암성 물질 DOP 파동(1996년)·사카자키균 사고(2006년·2007년)가 일파만파로 확대된 것도 분유가 아기용 식품이어서다. 국내 굴지의 유가공업체인 매일유업에 2007년은 악몽의 해였다. 사카자키균·바실루스균·유전자 변형(GMO) 성분 검출 등 사고를 세 차례나 겪었다. 위기 상황에서 회사는 150억원을 투자해 위생상의 허점을 메워 나갔다. 사카자키균 파동 이후 국내 모든 유가공업체가 포기한 6개월 미만 유아식 제품을 다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할 만큼 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식품위생 전문가인 신구대 식품영양과 서현창 교수와 함께 4일 매일유업 평택공장을 찾았다.

분유 제조 과정 중 전 처리 과정을 감독하는 매일유업의 컨트롤룸. [매일유업 제공]

◇사카자키균을 없애라=이 회사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이 나왔다는 지난해 4월 보도 이후 매출이 30∼40% 줄었고, 지금도 회복 중이란다. 사카자키균과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은 모두 열에 약한 세균이다. 75도의 열만 가해도 불과 몇 초 만에 죽는다. 곽진식 공장장은 “분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두 번의 열처리가 있다”며 “한 번은 액체 상태의 재료를 120도에서 3초간 가열하는 살균 공정, 다른 한 번은 걸죽한 농축유를 말리기 위해 195∼200도의 열풍을 가하는 건조 공정”이라고 소개했다.

서 교수는 “분유 제조의 전 과정이 외부 공기와 차단돼, 만드는 도중 사카자키균 등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단 분유를 용기에 넣는 마지막 충전 단계에서 공기와의 접촉이 있다”고 지적했다.

◇충전실이 성패의 관건=회사 측도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3월 충전실을 제약회사 주사제 제조실 수준으로 바꿨다. 먼저 타일 바닥을 먼지가 날리지 않고 청소하기 쉬운 에폭시 수지로 교체했다. 높은 양압을 걸어 외부 공기가 충전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3중 공기여과 시스템을 거친 깨끗한 공기만 내부로 들여보냈다. 또 곳곳에 자외선 살균장치를 설치, 1시간마다 실내를 소독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최종 제품의 일반세균 수가 g당 10마리 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10분마다 검사한다=지난 2월 자발적으로 ‘사카자키균 제로 선언’을 한 터라 “사카자키균이 또 나오면 설 땅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깊었다. 그래서 10분에 한 번씩 제품을 수거해 검사할 만큼 ‘집착’을 보였다. 윤숭섭 매일유업 중앙연구소 소장은 “검사를 위해 6명의 전문인력을 배치했으며, 배지(세균 배양액) 구입 비용으로 월 2000만원을 쓴다”며 “국내에서 사건이 터진 뒤 전 세계의 사카자키균 배지가 동이 났을 정도”라고 말했다. 자체 검사에선 한 번도 사카자키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HACCP(식품 위해 요소 중점관리기준)는 기본적으로 사전 예방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사후 검사에 매달리는 것은 식품안전 사고는 한 번 불붙으면 겉잡을 수 없는 ‘주유소 화재’이기 때문.

◇탄화물은 이물이 아니다=분유는 이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식품으로 통한다. 분유 이물의 대부분은 탄화물이다. 한동안 이 탄화물이 금속 이물로 오인돼 소비자의 우려를 샀으나 수의과학검역원이 분유의 가열·건조 과정에서 생긴 ‘탄 부위’라고 판정했다.

윤태길 품질본부장은 “탄화물을 없애기 위해 건조 과정에서 열풍의 온도를 약간 낮추고, 열풍 건조기 내부 청소 주기를 7∼10일에서 5일로 단축시켰다”며 “이런 조치 뒤 탄화물 생성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검역원이 설정한 기준(100g당 7.5㎎ 이하)보다 작은 탄화물이 아기의 건강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내 탄화물 기준은 선진국보다 훨씬 엄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제품에 질소를 넣는다=분유를 용기에 담은 뒤 공기를 뺀다. 그 자리에 질소를 채워 넣는다. 분유의 단백질과 산소가 닿으면 변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회사가 ‘용기 내 잔류 산소 3% 이하’를 마지막 CCP(중점관리기준)로 잡은 것은 이래서다.

윤 소장은 “국내에선 분유의 유통기한을 18개월로 표시하고 있지만 중동·중국 등에 수출하는 제품엔 유통기한을 3년으로 늘려 잡는다”며 “식품 안전, 특히 미생물 관리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매일유업은 2005년 유가공 업계 최초로 성장기용 조제식과 영·유아용 곡류조제식(이유식)에 대한 HACCP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엔 조제분유에 대해 HACCP 인증을 받은 첫 회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큰 시련을 겪은 것은 HACCP가 식품안전의 마침표는 아님을 시사한다.

평택=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협찬: 식품의약품안전청 WWW.KFD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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