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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에 대응하는 두 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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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몇주 새 스페인과 이라크에서 벌어진 테러에 대한 두가지 접근 방식이 관심을 끈다. 하나는 경찰과 정보기관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미군이 이라크에서 벌이는 군사적 대응이다.

지난 3월 11일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연쇄 열차폭탄테러에서 약 200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정부는 경찰과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모로코와 독일.영국.프랑스 경찰과 연계해 용의자 14명을 찾아냈다. 이들에 대해 국제수배령도 내렸다.

스페인 경찰은 선불카드 휴대전화 구입자들을 역추적해 이중 4명을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압축했고, 2주 전 이들이 숨어 있는 마드리드 교외의 아파트를 찾아냈다. 용의자들은 포위망이 좁혀지자 자폭했다. 그들 중에는 마드리드 테러의 주모자도 포함돼 있다. 스페인 경찰은 스페인 내 바스크분리주의 단체 자유조국바스크(ETA)를 조사하고 추적해온 경험과 끈기를 바탕으로 이 같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지난주 월요일엔 프랑스 경찰과 정보기관이 마드리드 연쇄폭탄테러 용의자 13명을 체포했다. 이들이 속해 있는 모로코 이슬람 전투단체는 지난해 5월 33명의 사망자를 낸 카사블랑카 자폭테러와 관련된 단체로 줄곧 경찰의 감시를 받아 왔다. 영국 경찰도 지난주 런던과 남부 잉글랜드에서 테러 관련 조직원 8명을 체포했다.

프랑스와 영국.스페인 경찰의 공통점은 오래 전부터 국내 테러조직에 대한 수사와 감시 활동을 벌여 왔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알제리와 모로코 이슬람 과격단체의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영국은 아일랜드공화군(IRA)과, 스페인은 바스크 분리주의자들과 해묵은 갈등을 벌이고 있다.

IRA는 그간 런던에서 수많은 폭탄 테러를 벌였고, 1980년대 파리 지하철과 철도역에서 폭탄테러를 벌인 알제리의 과격 이슬람 테러단체는 비행기를 납치해 에펠탑으로 돌진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 계획은 경찰 특공대가, 급유를 위해 마르세유 공항에 착륙한 기내로 진입해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함으로써 실패했다.

반면 미국은 9.11테러가 발생하자 탈레반 정권이 알카에다를 비호한다는 이유로 바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이라크를 침공했다. 미국은 오늘날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나라다. 따라서 미국 지도자는 무력엔 무력으로 대응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그들이 이라크에서 처한 상황처럼, 군사력은 종종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라크 침공 1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내세워 전쟁에는 이겼지만 여전히 이라크를 안정시키지 못했음은 물론 이라크 저항세력들과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지도자들은 또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강박관념은 최근 이라크 사태에서 보듯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당초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것은 탈레반 정권이 알카에다의 테러리스트들을 비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만 하면 테러를 박멸할 수 있다는 망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빈 라덴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고, 아프가니스탄은 하루아침에 전쟁터로 변했다. 그리고 이번 이라크전은 이라크를 반미테러의 온상으로 바꿔놓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자초한 절박한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지 몰라 쩔쩔매고 있다. 경찰과 정보기관의 대응 역시 테러를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다.

부시 행정부 지지자들은 지구상에 미국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늘날 이라크 사태가 주는 한가지 긍정적인 교훈이 있다면 바로 이 같은 현실을 또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 칼럼니스트
정리=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