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 인플레와 금(金) 투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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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28면

“투자할 만한 곳이 없다.” 요즘 투자자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면서 주식이나 채권·부동산 모두 맥을 못 추고 있다.

옛날엔 인플레이션이 오면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게 재테크의 정석으로 통했다. 그러나 이젠 대표적 실물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도 거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마땅한 투자처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게 상승하는 상품을 꼽으라면 원유와 금(金)·농산물 등이 있다. 특히 금은 인플레이션을 피하는 최고의 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역사적으로 유가가 오르거나, 인플레이션이 엄습하고, 달러값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금값이 뛰곤 했다. 문제는 국내에서 금 투자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모(43·경기도 분당)씨는 며칠 전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다 금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멈추지 않는다는 전망이 우세하자 금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필자에게 문의해 왔다. 일단 국내 선물회사를 보면 금 선물(先物)이 거래되고 있다. 1999년에 상장돼 상품선물 중 가장 먼저 거래된 것이 바로 금 선물이다. 하지만 거래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올 상반기 하루 평균 거래량이 5.2계약에 불과하다. 거의 거래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없을까.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금 통장이나 금 신탁이다. 금 통장은 투자자가 원화를 입금하면 통장에 금으로 자동 적립된다. 금 신탁은 금융회사와 신탁계약을 해 금에 투자하는데, 투자 때 매매 수수료와 현물 인도 때의 부가가치세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둘째는 금 펀드다. 제대로 말하자면 ‘금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국내 금 펀드는 대부분 이 유형에 속한다. 다만 금값이 올라간다고 금 기업의 주가도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다. 금값은 물론 관련 증시나 기업의 리스크에도 노출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금 지수와 관련된 파생상품이다. 국제 금 가격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결론적으로 금 투자는 원자재의 특성상 변동성이 클 수도 있는 만큼 펀드·부동산 같은 기존의 투자수단을 대체하는 것으로 여기지 말고 보완하는 쪽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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