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건강정보를 한눈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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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20면

6월 7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제너럴닥터’. 의사가 진료를 보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색 의원’이다.한쪽 구석의 테이블에서 10여 명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광우병, 블로고스피어, 한의학, 소셜 미디어 등 얼핏 서로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단어가 톡톡 부딪치고 있었다. 이 자리는 메타블로그(블로그 연합체)의 모델로 꼽히는 ‘닥블’의 첫 오프라인 모임이다. 닥블은 닥터 블로그의 준말. 의사·치과의사·약사 등 전문가 20여 명이 제각각 운영하는 블로그에 건강 의료에 대한 글을 올리면 RSS 기능에 따라 닥블에 자동적으로 글이 등록된다.

의사들의 수다 ‘닥블’

이날 모임은 미국 뉴욕 몬테피오레 메디컬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고수민씨가 귀국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닥블의 ‘좌장’ 양광모(33·사진)씨가 회원들에게 오프라인 모임을 제안했고 회원인 김승범 제너럴닥터 원장이 자리를 제공했다. 이 자리에는 권복규 이화여대 의료사회학교실 교수, 고준성 다음 뉴스블로그 실장 등이 초대됐다.

“미국에서 의사로 취업한 다음 미국 의사고시를 준비하는 의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고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의료나 건강문제에 관한 글들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습니다. 다음에서 베스트 글로 선정돼 원고료가 나오더군요. 용돈 버는 재미에….”(고수민)

이 자리에 참석한 회원 중에는 자신의 글이 베스트 글로 선정돼 원고료를 받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고씨와 양기화·한정호씨 등은 다음이 선정한 블로그뉴스 베스트 기자다.

닥블은 지난해 3월 경남 창녕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양광모(비뇨기과 전문의)씨가 만든 개인 블로그에서 출발했다. 양씨는 “인터넷에서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정보를 접하고 웹 2.0의 유용성에 공감해 블로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양꽝’이라는 닉네임으로 통하는 유명인사다.

양꽝은 소셜 미디어의 위력을 실감하고 함께 블로그 활동을 할 ‘동지들’을 규합했다. 친구들을 어르고 달래 꼬드기고, 인터넷을 주유(周遊)하며 블로그 세상의 고수(高手)를 찾아 삼고초려(三顧草廬)를 거듭했다. 그래서 닥블을 만들었다. 각자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회원들이 함께 꾸려 나가는 팀 블로그 ‘헬스로그’도 만들었다. 양씨는 “팀 블로그는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이 모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닥블과 헬스로그는 외형상 블로그이지만 막강한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 반응도 상당하다. 기사가 다음 뉴스블로그 등을 통해 소개되면 10만 명 이상이 읽곤 한다. 웬만한 신문의 유료 구독자 수준이다. 양꽝이 쓴 ‘여성들은 왜 핑크를 좋아할까’라는 글에는 댓글만 800건이 달렸다.

양씨는 향후 간호사·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의료진이 참여하는 메타 블로그를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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