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비전교조 단일화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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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보수와 진보 후보 대결 구도 양상을 보이고 있다. 30일 치러지는 첫 주민 직접선거를 앞두고 8명의 예비 후보가 경쟁하는 가운데 민간 단체들이 색깔이 비슷한 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하고 특정 후보 공개 지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직원총연합회의 서울 조직인 서울교총을 비롯한 보수 성향 단체들은 비전교조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진보 성향 단체들은 조직을 앞세워 주경복(건국대 교수) 후보를 밀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9일 서울시 선거연수원에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을 했다. 후보자들이 정책선거 약속 메시지를 담은 ‘협약 캡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동·이규석(사퇴)·주경복·이인규 후보, 김정남 바른선거시민모임 서울시연합회 대표, 신영철 서울시 선관위원장,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장희철·이영만·박장옥·공정택 후보. [사진=김정훈 인턴기자]

◇보수 세력 후보 단일화 추진=서울교총은 9일 김귀년 서울교총 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후보 단일화 추진위원회(추진위)’를 구성했다. 추진위는 서울시교육위원회 위원, 전국교장·교감회 회원, 서울교육사랑 학부모협의회 회원 등 40여 명으로 구성됐다. 추진위는 후보 단일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곧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교총 김한석 사무총장은 “전교조 등 진보 세력의 조직적 움직임이 커져 교육의 이데올로기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어 나서게 됐다”며 “서울교총 회원인 공정택·김성동·박장옥·이영만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교총은 전문 리서치기관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식 후보 등록일(15~16일) 이전에 단일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뉴라이트 교사연합 등 13개 보수 성향 교육단체도 8일 ‘비전교조 후보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두 차례 여론 조사를 통해 비전교조 후보 한 명을 선정해 지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일에는 보수 성향의 자유시민연대,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등 50여 개 단체 대표들이 공정택(현 교육감) 후보를 추대하며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어떤 후보가 나왔나=현재 등록된 예비 후보자는 8명. 이 가운데 공정택·김성동(전 경일대 총장)·박장옥(전 동대부고 교장)·이영만(전 경기고 교장)·장희철(행정사무소 대표) 후보 등 5명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주경복 후보는 진보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인규(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 후보는 ‘반전교조 반이명박’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단일화에 반대하며 끝까지 경쟁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규석(전 서울고 교장) 후보는 이날 서울시 선관위 주최로 열린 매니페스토 협약식에서 공정택 후보 지지를 표명하고 사퇴했다. 조창섭(서울대 명예교수) 후보는 현재 사퇴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매니페스토 협약식에 불참했다.

◇정책 대결이 중요=후보들은 보수·진보 대결 구도가 득표나 선거운동에 미칠 영향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공약은 우수 학생 교육과 평준화 교육으로 갈린다. 전교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주경복 후보는 고교선택제, 교원평가제, 자율형 사립고 설립을 포함한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평준화 교육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반면 공정택·김성동·박장옥씨 등 보수 성향 후보는 고교선택제와 교원평가제, 고교 다양화 등을 내세워 학생들의 학교선택권과 우수 학생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표가 흩어지는 것을 우려한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를 추진하는 이유다.

‘교육과 사회연구소’ 김장중 소장은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정책과 공약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민동기 기자
사진=김정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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