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논술자연계] 수식을 글로 풀어 ‘과학적 현상’ 설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게재 순서> 2. 논증력 ① 논리적 추론 ② 통합적 추론 ③ 귀납적 논증 ④ 수리·과학적 개념과 원리의 통합 ⑤ 구성조직 및 모형화 ⑥ 근거 설정 및 일반화

<집필> ▶김기권 경희고(지구과학) ▶김은주 덕수고(생물) ▶김흥규 광신고(수학) ▶이동흔 남강고(수학) ▶이효근 보인고(과학) ▶정형식 숭실고(물리) ▶조분순 여의도여고(화학) 교사 (가나다순)

STEP 1 오늘의 논술 들어가기

인간은 자연에서 관찰한 여러 현상을 어떤 규칙이나 이름으로 정의해 법칙을 만들어 왔다. 이런 법칙에 근거해 과거에 발생했던 자연현상을 추론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수학이라는 훌륭한 도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학의 이론과 이를 뒷받침하는 수학적 방법은 역사적으로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 그 예로 천문·수학·지리학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일화를 들 수 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같은 시각에 위치가 다른 두 도시의 우물에 비치는 그림자의 길이가 다른 현상을 관찰해 지구가 둥글다는 착안을 하고, 이를 이용해 수학적 방법만으로 지구의 반지름을 계산해냈다. 이 계산 값은 컴퓨터와 위성을 이용한 현대의 계산 값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이외에도 X선으로 측정한 DNA 분자 구조의 계산, 물체의 체적을 계산한 구분구적법, 행성의 타원 궤도와 관련한 케플러의 법칙 등 수학적 이론이 자연 현상을 규명하는 데 혁신적인 도구가 되기도 하며, 반대로 추상적인 수학적 아이디어가 과학을 통해 구체적 상황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다음 그림은 자연을 번역하는 도구로서의 수학적 방법을 적용한 과정을 도표로 정리해 본 것이다. 이처럼 자연현상을 과학적 법칙으로 명료하게 정의하긴 쉽지 않지만, 과학적인 현상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선 도표의 예시처럼 특정 상황의 가정과 모델화를 통해 고민해 볼 수 있다.

STEP 2 교과서 열어보기

달리는 사람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하자. 이 사진에 나타나는 사람의 모습은 정지 상태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속력은 0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사람은 시간이 정지돼 있어 거리의 변화량이 측정되지 않을 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아주 작은 이동 거리의 변화량을 갖게 된다.

따라서 미소(微少) 시간에 대한 거리의 변화, 즉 순간 속도를 갖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일정한 높이에서 s m를 자유낙하시킨 물체의 순간 속도를 생각해 보자. 이 지점에 이르렀을 때의 시간을 t, 움직인 거리 s에 대해 속력라고 할 수 있을까?

물체의 자유낙하는 등가속도 운동이기 때문에 등속운동과 달리 높이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한다 . 이를 수식으로 생각해 보자.

임의의 시각 t 에서 자유낙하하는 물체의 위치는 다음과 같이 시간의 함수로 표현된다.

s = A t ²+ B t - ①

임의의 시각 t 에서 짧은 시간(Δt )을 더 진행했을 때, 낙하시간을 t = t + Δt 로, 낙하거리는 s = s + Δs 로 표현된다. 여기에서 짧은 시간 동안 낙하한 거리( Δs )에 대해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한다.

s + Δs = A ( t + Δt ) ²+ B ( t + Δt )

= A t ²+ B t + 2 A t (Δt) + B (Δt) + (Δt) ²

이 식에 식 ①을 대입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는다.

∴ Δs = 2 A t (Δt) + B (Δt) + (Δt) ²

속도는 짧은 시간 변화에 따른 거리의 변화율로 정의되고 시간이 짧을수록 정확해지므로 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이 식은 임의의 시각 t 에서 순간속도는 v = 2 A t + B 임을 의미한다. 아울러, 시간 t = 0을 대입해 구한 값 B는 초기속도가 된다.

이 식을 이용해 가속도를 구해 보자. 임의의 시각 t 에서 짧은 시간(Δt )을 더 진행한 시각 t = t + Δt 에 대해 물체의 속도는 v = v + Δv 로 표현된다. 여기서 짧은 시간 동안 속도 변화( Δv )는 다음과 같은 등식을 통해 구해진다.

v + Δv = 2 A ( t + Δt )+ B = 2 A t + B + 2 A (Δt )

즉 Δv = 2 A (Δt ) 이다. 따라서 가속도를 α라 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는다.

②식으로부터 임의의 시각에서 가속도는 항상 2 A로 일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위치가 시간의 제곱과 관계 있는 낙하운동은 s = A t ²+ B t 로 표현되며 이는 처음 속도가 B이고, 가속도가 2 A 인 등가속도 운동이 됨을 수식적으로 알 수 있다.

위 과정은 실험적으로 자유낙하하는 물체의 이동거리는 시간의 제곱과 관계 있다는 사실로부터, 수학적인 접근을 통해 등가속도 운동을 하게 됨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순간속도의 증명은 역사적으로 미분법이라는 수학적 방법을 고안하게 한 계기가 된다.

이와 같이 과학적 사실에 수학적 개념이 적용되면 또 다른 많은 현상을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

STEP 기출문제 다시 보기

▶ 논술 문항을 통해 과학적 개념을 수리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는지 살펴보자.<2008학년도 성균관대 정시>

[제시문 1-가]

모든 생명체의 유전 정보인 유전자들은 염색체에 존재한다. 인간을 비롯한 진핵생물의 경우 세포는 체세포분열과 감수분열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세포가 분열한다. 개체의 성장과 조직의 재생 등에 관여하는 체세포 분열은 이배체(2n: 부모로부터 받은 상동염색체 쌍)인 모세포와 동일한 염색체 수를 가지는 딸세포(2n)를 만든다. 이에 반해 유성생식에 관여하는 감수분열은 각각의 상동염색체 쌍 중 하나만을 갖는 반수체(n)의 딸세포를 만들게 된다.

[제시문 1-나]

1860년대 아우구스티누스회 수도사였던 그레고르 멘델은 완두콩을 이용한 교배실험을 통해 특정 형질에 대해 두 개의 대립인자가 존재하며, 생식세포가 만들어질 때 각각의 대립인자 쌍이 나누어지므로 생식세포는 각각 하나의 대립인자만을 갖게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멘델은 두 개의 대립인자 중 한 대립인자가 특성을 결정하는 경우 그 대립인자를 우성대립인자라고 했고, 반대로 개체의 특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나머지 대립인자를 열성대립인자라고 했다. 또 멘델은 생식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서 여러 대립인자의 쌍이 독립적으로 분리된다는 것을 완두콩의 교배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1) 염색체 조합은 16가지가 나온다.

우선, 두 가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상동염색체끼리 섞여 교차현상에 의해 부모와 다른 새로운 염색체가 만들어지지 않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4쌍의 염색체는 감수분열 중 각각 변화가 없음을 나타낸다. 다른 하나는 염색체는 독립적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는 상동염색체끼리 2가 염색체를 형성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결국, 조건은 하나의 염색체는 아무런 변화 없이 독립적으로 감수분열된다는 조건이다.

감수분열은 상동염색체 쌍에서 하나만 생식세포로 이동해 결국 모체의 2n개의 이배체가 생식세포에서는 n개의 반수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 쌍의 상동염색체에서 한 개의 염색체를 골라 4개의 염색체를 갖는 생식세포를 만드는 결과와 같다. 4쌍의 상동염색체를 각각 Aa, Bb, Cc, Dd 라고 하자. 이때, 순서에 상관없이 2개 중 하나씩 골라 4개를 만드는 조합이므로 수학적으로는 2⁴= 16 의 조합이 나오게 된다.

(2) 생식세포가 다양한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다양성을 갖게 해준다.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생식세포의 조합은 2n ( n = 상동염색체 쌍의 수)개가 만들어짐을 알 수 있다. 생식세포끼리 결합하는 유성생식이 이뤄지면 2n × 2n 개의 조합만큼 다양한 생물이 만들어짐을 나타낸다. 이는 염색체상에 하나의 유전자가 있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오므로 실제 하나의 염색체에 여러 유전자가 있고 교차까지 일어난다면 훨씬 다양한 조합의 수가 나오게 된다.

만약 생물이 모두 동일한 유전자를 갖게 된다면 이 생물종은 유전 질환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에 매우 취약한 종이 돼 종족을 보존하기 힘들게 된다. 같은 생물이라도 다양한 유전자를 갖는 개체를 형성하는 것이 종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고등생물이 택한 유성생식 방법은 이렇게 다양한 유전자를 갖게 돼 단순히 자손의 번식뿐 아니라 더욱 확실한 생존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 문제 : 유성생식 과정 중에 돌연변이가 없고 감수분열 과정 중에서 교차가 일어나지 않으며 감수분열 시 염색체가 독립적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4쌍의 염색체(2n=8)를 갖는 개체가 감수분열을 할 때 나타나는 반수체의 생식세포에서 몇 개의 염색체 조합이 만들어지는지 설명하시오. 또 2n개의 이배체 개체가 n개의 반수체로 감수분열 시 생식세포에서 몇 개의 염색체 조합이 만들어지는지 설명하고 이런 결과의 생물학적 의미를 기술하시오.

▶ 풀이 : 논제에서 요구하는 논점은 두 가지다. 첫째, 조건대로의 감수분열 시 생식세포에서의 염색체 조합이 몇 개가 만들어지는지와 이런 결과의 생물학적 의미를 기술하는 것이다. 각각을 논점별로 다음과 같이 풀어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