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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글로벌 마당발’ 국정원 정보맨은 해외투자 도우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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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고려노벨화학은 산업용 화약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베트남의 한 사업가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현지 시장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소나 유관단체에 수소문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고심 끝에 관리담당 이종원 이사는 국가정보원(NIS:National Intelligence Service)의 문을 두드렸다. 국정원이 산업정보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2주일 뒤 3장짜리 국정원 보고서가 도착했다. 이 이사는 무릎을 쳤다. 베트남 화약시장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베트남 국방부 산하의 5개 회사와 국립석탄회사의 자회사 등 6개 업체가 이미 화약을 생산 중이었다.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정부 규제가 많다는 분석도 담겨 있었다.

외국 업체가 진출하기 위해선 베트남 총리의 특별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보고서 덕분에 임원회의에서 베트남에 진출하기 위해선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이 이사는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보고서 내용이 충실해 놀랐다”며 “직접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직원들을 파견했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경영기획담당 김상규 이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최근 중동의 한 나라가 특정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건설자재 수입을 중단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즉시 해외 지사에 이 나라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 이사가 정보를 얻은 것은 외신이 아닌 국정원에서 제공하는 해외정보였다.

1994년 3월 시작한 국정원의 ‘NIS 해외경제’서비스가 8일로 4000호를 발간한다. 국정원이 전 세계에서 취합한 경제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info.nis.go.kr)를 통해 국내 기업과 대학 등에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 기업이 접근하기 힘든 외국 정부의 정책 정보도 심심치 않게 담긴다.

10년 이상 이를 보고 있다는 김 이사는 “일반 독자의 관점에서 뉴스 가치를 따져 외신을 전하는 국내 언론과 달리 사소한 것이라도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싣고 있다”며 “특히 동유럽권이나 동남아 국가의 경제 정보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06년 6월부터는 회원의 요청이 있으면 맞춤 자료도 만들어 준다. 고려노벨화학에 제공한 정보가 바로 이런 경우다. 무역업을 하는 여린인터내셔널 김수동 대표는 1일 NIS 해외경제 담당자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김 대표가 전날 ‘연락이 끊긴 중국의 지인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답신이었다. “지금은 소재 파악이 되지 않지만 추가 정보가 입수되면 바로 연락을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민간 서비스 기업처럼 즉각 처리 결과를 연락해 줘 신선했다”며 “국정원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NIS 해외경제는 올 5월부터 자원과 에너지 분야의 정보 제공 서비스를 강화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서다. 3일자 자원에너지 동향엔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를 소개했다. 이 회사의 사업은 물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다. 앞으론 자원뿐 아니라 식량 분야에 대한 정보도 확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국내 기업과 학계는 595곳(ID 기준 964개)뿐이다. KOTRA에서 해외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윈도’의 가입자가 6만8000명인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아직 일반 기업엔 국정원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홈페이지에서 가입 신청을 하면 회원 아이디(ID)가 발급되고 정보도 무료로 제공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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