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T머니' 역공? "청소년 카드 들고 뭐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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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요금 70원’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의원이 3일 전당대회에서 내밀었던 교통요금 지불용 티머니(T-Money) 전자카드가 청소년용인 것으로 밝혀져 또 한 차례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의원이 서민생활과 거리가 먼 특권층 인사라는 인식이 다시 한번 깊어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정몽준 최고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로 나선 전당대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한나라당 동지들은 따뜻했고 너그러웠다. 이 작은 선물이 그 증거”라며 티머니 카드를 내밀었다. 그는 라디오 토론회에서 버스 요금을 70원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마을 버스를 700원에 탄 기억이 있는데 어쩌다 70원이라는 말로 잘못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어쨌든 저는 버스 값을 잘 몰랐고 참으로 송구스럽고 속상했다”고 해명했다. 또 “한 당원이 ‘앞으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면 되죠’라고 위로하더라”며 “저는 실패로 끝내는 실수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힐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때 정 의원이 내밀었던 티머니 카드는 청소년용 카드인 것으로 밝혀졌다. 티머니 카드는 녹색과 연두색으로 디자인된 ‘일반용’, 노랑색과 보라색으로 장식된 ‘청소년용’, 보라색 바탕에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새겨진 ‘어린이용’으로 나뉜다. 정의원이 내밀었던 카드는 노랑색과 보라색이 들어간 청소년 용이다.

이러한 사실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정몽준은 역시 버스와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반응이다. 서민 생활 모르는 특권층 인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꺼낸 회심의‘카드’가 오히려 다시 한번 그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한 네티즌(ID 정몽정)은 “정 의원은 버스 카드에 일반용과 청소년용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라며 “카드를 살펴보지도 않았기에 그 자리에 들고 나선 것이 아니냐. 너무 무성의 하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ID ragna***)은 “버스카드를 전해준 한나라당 동지들은 모두 정 의원의 안티”라며 “이미 버스는 떠났다”고 썼다. “16년간 버스 가격만 연구해 오신 버스 요금의 달인 ‘할증’ 정몽준 선생입니다”라는 개그 코너 패러디도 네티즌들로부터 남다른 호응을 얻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박희태 후보를 새 대표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정몽준, 허태열, 공성진, 박순자 후보는 새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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