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한국 경제’ 외국인 이어 개인도 주식 던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으로 인한 세계적인 불경기로 한국 역시 저성장의 덫에 걸렸다. 여기에 물가는 뜀박질하고 있다. 일자리는 늘지 않는데, 서민 장바구니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성장이 정체하는 와중에 물가만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온다. 이러니 금융시장인들 평온할 리 없다. 반등했던 주가는 지난 3월 수준으로 되밀렸고, 대출금리가 뛰면서 서민의 허리가 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고비를 맞은 금융시장을 짚어본다.

증권시장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가 소폭 올랐는데도 2일 국내 증시는 급락했다. 특별히 새로 불거진 악재도 없었다. 지난달 26일 이후 ‘사자’에 나섰던 개인이 ‘팔자’로 돌아선 게 결정적이었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의 팔자 물량을 받아온 개인이 투매 양상을 보이며 팔자에 나선 게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묻지마’ 팔자에 나서는 건 손실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개인이 투매에 나서고, 고객예탁금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줄었으며, 외국인이 선물 매수로 돌아설 때 지수 바닥인 경우가 많았다”며 “세 가지 지표 모두 지수가 단기 바닥에 근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도로 불안한 투자심리=최근 주가 급락을 부른 1차 진원지는 외국인이다. 지난달 9일부터 18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며 모두 5조2000억원어치를 팔았다. 더욱이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판 건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전기전자·금융·소재 업종이었다. 주식을 빌려 파는 대차거래에서도 외국인은 정보기술(IT)과 증권업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이도한 연구원은 “시장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표적 종목이 증권주”라며 “이런 주식을 빌려서까지 팔았다는 건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일의 주가 급락을 외국인 매도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외국인은 지난달 초부터 계속 팔아왔기 때문이다. 개인이 대거 팔자에 가세한 게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다.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고, 국내에서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투매 휩쓸리지 말아야=투매는 대개 2단계로 일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단계는 불안한 투자심리가 촉발한다. 투매로 주가가 급락하면 돈을 빌려 투자한 사람의 계좌에 담보가 부족해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제 반대매매가 쏟아질 때 2단계 투매가 나온다. 하지만 2단계 투매로 악성 매물이 정리되면 단기 반등이 일어난다.

유진투자증권 박석현 책임연구원은 “주가가 급락할 때 개인투자자가 가장 손실을 많이 보는 이유는 투매에 휩쓸리기 때문”이라며 “현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더라도 투매가 지나간 뒤 반등 시점을 활용하는 게 투자의 정석”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도 증시는 널뛰기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큰 만큼 현금을 어느 정도 확보해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펀드 어떻게 해야 하나=올 상반기 주식형 펀드 성적은 나빴다. 원자재 펀드와 브라질·러시아 펀드만 그나마 플러스 수익률을 냈을 뿐, 거의 모든 펀드가 원금을 까먹었다. 최근엔 브라질·러시아 증시도 침체 양상을 보여 안심할 수 없다.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여서 단기간에 국내외 증시가 전고점을 회복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1년 이내 쓸 돈이라면 주식이나 펀드에 단기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 투자자나 3년 이상 넣어둘 돈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가가 떨어질 때가 기회라는 지적이다. 삼성투신운용 양정원 주식운용본부장은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떨어질 때도 일관되게 투자해야 투자 시기를 잘못 선택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장기 펀드 투자자는 일시적인 시장 분위기에 휩쓸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경민 기자

[J-HOT]

▶ 'MB노믹스' 집중진단 "수렁 빠진 한국…3분기 금융대란설"

▶ 아시아나 항공기 편명에 OZ 쓰는 이유

▶ "묶인돈 60조" 미분양 급증 업체들 빈사 상태

▶ 'MB노믹스 방향' 완전히 트나? 전문가들 "No"

▶ 지금 1억 빌리면, 2월보다 연 107만원 더 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