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MB노믹스 성적표 ④] ‘MB노믹스’ 방향 수정 불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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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전이나 가스공사가 각각 1조7,000억 원, 8,000억 원의 적자를 보는 것이 불가피하며, 이 적자분을 정부가 절반 수준으로 보전함으로써 급격한 공공요금 인상을 막는 것으로 처리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원장 역시 “서민경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여러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지난 6월10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밝혔다. 이러한 서민경제대책이 당분간 당·정의 지배적 기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MB노믹스는 이제 방향을 완전히 트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규제완화와 감세정책의 기틀은 변하지 않고 일부 변화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운하를 버리고, 일단 고성장정책 대신 물가안정을 택하기는 했지만 ‘먼 길을 돌아 간다’는 쪽에 가깝다는 것.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출신인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도 “경제정책 자체가 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박정부 경제정책의 요점인 규제완화와 감세 원칙은 안 변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대응이 달라졌을 뿐이라는 것. “일시적 변화로, 원칙 변경과는 다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외 여건이 풀려야 우리 경제가 풀리기 때문에 이를 기다리는 동안에 어울리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그 기간을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높이는 데 활용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 증거로 나 의원은 현재 사용되는 물가대책이 MB노믹스의 기틀을 해치지 않는 선을 지키고 있음을 들었다.

성장위주 정책을 통한 파이 키우기를 금과옥조로 삼는 이명박정부는 집권 전 공약 단계에서나 물가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지금도 분배 위주 정책이나 특히 포퓰리즘 정책으로 향하는 기미가 발견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나 의원은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 몇 가지 정책을 실행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선심성 정책과는 다르지 않으냐”고 풀이했다.

MB노믹스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외국인들도 눈치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13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자체보다 정책을 수행하는 전략의 부재가 현 정부를 곤란에 빠뜨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민영화와 외국인투자 증진, 관료제 철폐, 영어교육 강화 등 이명박정부의 정책 또한 잘못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MB노믹스가 민생경제 안정론을 수혈받기는 하지만, 이는 단기적 필요에 의한 것으로 일부 인사의 교체 등이 따르더라도 기본 구조는 바뀌지 않는 것으로 내다볼 수 있다. 다만 대운하 포기 등 정부의 진심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병행하는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가 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참으로 참담한 심정일 것이다. 경제 살리기 선거 캠페인으로 집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판에 오히려 활력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온통 수렁을 헤매는 느낌이 오죽할까 싶다. 달리 말하면 스스로 친 덫에 걸려 옴쭉달싹하지 못하는 신세라는 의미다.

어쩌면 대통령은 유가 등 해외 변수마저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은 다급한 경제 살리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매번 어려운, 심지어 최악의 상황을 뚫고 일어섰다. -마지막-

글■정일환 월간중앙 기자 wh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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