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 보양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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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 삼계탕으로 몸보신하러 가지.” “부장님, 몸매 생각해서 채소 보양식 어때요?” “어허, 땀 흘리며 고기를 먹어줘야 보양이 되지.” “모르시는군요. 찬음식도 양기를 보충해준대요.”


풀 먹고 힘이나 쓰겠어
  보양식이라면 으레 떠오르는 삼계탕·장어구이·영양탕. 왠지 이런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야 힘이 날 것 같다.
  한약사인 이현주(41·인천시 부평)씨는 “보양식에 대한 고정관념”이라고 꼬집었다. “‘너무 잘 먹어서’ 건강 문제가 생기는 요즘 보양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씨가 올 여름 가족을 위해 준비한 보양식은 황기버섯죽이다. 닭고기 대신 물에 불린 버섯과 콩단백에 황기를 넣어 쫄깃하게 씹히는 맛에 건강까지 챙긴 요리다. 오미자와 인삼·맥문동을 넣은 전통건강차 생맥산도 만들어뒀다.
  이씨는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에 익숙한 현대인은 고단백·고칼로리의 음식보다는 오히려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로 영양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류 보양식을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고 느끼죠. 동물성 단백질이 소화흡수될 때 다량의 미네랄이 소모되면서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요. 채식은 소화에 부담을 주지 않아요.”
 
땀 흘리며 먹어야 보양식?
  여름철엔 겉으로 열이 많이 나지만 몸 안쪽은 상대적으로 차갑게 느껴진다.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양식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뜨거운 음식이 바로 보양식은 아니다. 음식이 차가운지 뜨거운지보다는 양기를 보충해주는 식재를 사용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요리연구가 이종임씨는 채소이면서도 보양에 도움이 되는 식재로 마·더덕·호두·부추 등을 꼽았다. ‘산에서 나는 귀한 약재’로 불리는 마를 각종 요리에 응용해 섭취하면 한여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 채식으로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은 호두를 비롯한 견과류, 콩을 이용한 요리로 보충해주면 된다.
 
채소로 먹을 게 있나
  “풀만 먹는 게 채식’이란 생각은 오해예요. 구근류·버섯류·해조류·견과류·곡식류 등도 섭취하죠. 평소 식단에서 육류를 제외했다고 생각하면 돼요.”
  한국채식연합(www.vege.or.kr) 이원복 대표는 요즘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5월말 2500여 명이던 회원이 6월말 4300명을 넘었다. 한달새 72%나 증가한 것. 채소 요리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면서 연합측은 오프라인 요리 강좌를 개설했다. 1만400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울벗채식나라(cafe.naver.com/ululul)에도 다양한 채식 요리가 소개돼 있다.
  이 대표가 여름 보양식으로 즐기는 요리는 고기 대신 버섯을 풍부하게 넣은 두부개장. 입맛에 따라 소고기·닭고기 맛을 살린 콩고기·밀고기를 넣으면 깔끔하면서도 깊은 국물맛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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