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對北관계가 곧 韓美관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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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 한햇동안 남북한 관계는 어지럽게 전개될 조짐이 보인다.걱정이다.북한은 대미(對美)평화공세와 대남 교란작전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고 있고,미국은 대통령 선거에 앞서 한반도에서 문제가생기지 않도록 북한을 다독거리려고 마음먹고 있는 데다 우리의 국론이 선거를 거치면서 사분오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남 인식은 시종일관 변하지 않고 있다.「조선은 하나다」다.한반도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이 존재하고 있으며휴전선 이남은 미군 점령의 미수복지구일 뿐이다.그들은 대한민국을 미수복지구내의 한 사회단체로만 인정하고 있다 .
북한은 이런 인식에서 한반도 평화문제에 관한한 미국만을 협상대상으로 삼으려 하고 있으며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국교를정상화하고,경협(經協)을 논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올해의 신년사에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선차적(先次的) 과제」로 공표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남반부 인민들과 손잡고 민족 통일을 추진하겠다고일사불란하게 주장하고 있다.통일 논의도 남반부의 애국적 인사와단체와만 행하겠으며 「반동 집단」인 한국 정부는 제외하겠다고 하고 있다.심지어 수재구호품도 한국 정부가 주 는 것은 받지 않고 있다.이것이 남북한 관계의 현주소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문제만 생기지 않으면 족하다고 생각한다.그래서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면서 연료를 달라고 하면 달라는 것을주어 달래고,식량이 부족해 내부 체제 안정이 어렵다고 하면 우리보고 쌀을 주어 달래라고 압력을 가한다.우리의 체면은 뒷전이다.이것이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양한정책(兩韓政策.The Two Korea Policy)의 진의다.
24일 호놀룰루에서 있을 한-미-일(韓-美-日)공조회의에서 미국이 취할 태도는 분명하다.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쁘면 북한 정부가 대남 도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보고 식량을 지원하라는바로 그 이야기일 것이다.
4월이면 총선이다.총선에선 통일 문제가 또 쟁점이 될 것이다.정치를 초월해 북한 동포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도주의적주장으로부터 대북(對北)응징론까지 갖가지 주장들이 난무할 것이다.정부는 표(票)얻기에 좋은 일만 골라 하려 할 것이 뻔하다. 북한은 「수령님 목소리」 하나면 그것으로 정책이 되나 우리는 4천만가지 다른 목소리를 선거를 통해 하나로 모아야 정책이되니 당할 재간이 없다.더구나 선거철에 시민의 목소리가 커질 때에는 북한 지지자들의 조직적 목소리가 끼어들 것 이므로 「나라의 목소리」는 잡음 속에 묻힐 것이다.
국가 정책 책임을 맡은 분들은 나타난 국민의 목소리와 진정한국민의 뜻을 가려 들을 줄 알아야 한다.국민의 참뜻을 알았다면충동적으로 움직이는 여론에 휩쓸려서는 안된다.특히 대(對)북한문제.통일 문제처럼 국가의 안위(安危)와 민 족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여론을 이겨내고서라도 의연하게 바른길을 고집해 나가야 한다.그것이 국민의 뜻을 바로 따르는 책임있는 지도자의 길이다.
첫째로 알아두어야 할 것은 현단계에서의 대북한 관계 열쇠는 한-미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통일 문제에 관한한 한국이 주도하는대로 미국이 따르도록 만드는 일이 한-미 공조체제의 핵심이다. 둘째로 모든 대북한 정책은 우리의 원초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우리는 북한 동포가 자유롭고 복지를 누리는 상태를 만들기위해 통일을 이루려 하고 있다.이에 어긋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식량 지원은 우리가 지원하는 물자가 북한 주민 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에 한해 해야 한다.
셋째로 회담은 서로가 상대를 회담의 대상으로 인정할 때만 의미있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하나의 사회단체인 조평통(祖平統)대표와 대한민국 대표의 회담같은 것은 무의미하다.그리고 북한이 우리 정부를 하나의 사회단체로 취급하 려 할 때는절대로 회담에 응해서는 안된다.
금년은 한-미 공조체제 강화와 「조-미(朝-美)관계 개선 노력」의 팽팽한 대결속에서 우리나라의 안위와 통일 문제가 다루어질 것이다.한-미 관계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외교력을 집중하자.
(서강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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