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갈비 국내산(육우, 호주산)’원산지는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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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에 대한 원산지 표시 의무화를 앞두고 26일 서울 중구 순화동의 한 음식점이 원산지를 표시한 새로운 메뉴판을 비치해 놓고 있다. 분식점·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음식점은 다음 달 초부터 메뉴판에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사진=김상선 기자]

“벌써부터 전업하겠다는 음식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음식업중앙회 관계자)

“학교 앞 분식점까지 단속해야 하니…. 우리도 걱정입니다.”(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다음달 초 예정인 쇠고기 원산지표시 확대를 놓고 음식점은 물론 단속기관도 고민에 빠졌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 대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6일 쇠고기 고시가 발효되면서 다음주부터는 창고에 보관 중인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풀릴 예정이다.

이에 맞춰 농식품부는 다음달 초부터 대형 음식점은 물론 동네 분식집·패스트푸드점 등 전국 모든 음식점으로 쇠고기 원산지표시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욕만큼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 100㎡ 이상 음식점이 대상인 지금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다.

◇암호 같은 표기=음식점은 물론 소비자들도 당분간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 눈높이’에 맞추려다 보니 표기 방식이 여간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갈비 국내산(육우, 호주산)’은 언뜻 봐서 외국산인지 국내산인지부터 분명치 않다. 정확한 뜻은 ‘호주에서 수입한 뒤 국내에서 6개월 이상 기른 육우에서 나온 소갈비’다. 외국에서 들여온 소라도 6개월 이상 국내에서 사육하면 ‘국내산’으로 표시할 수 있다. 쇠고기의 종류도 ▶국내 고유 품종인 한우 ▶고기용으로 사육된 젖소인 육우 ▶우유 생산용인 젖소 등으로 나눠 표기된다. 국내산과 외국산을 혼합했을 경우는 ‘국내산과 OO산 섞음’으로 표시한다. 하지만 혼합 비율은 표시되지 않아 악용 가능성이 있다.

올 연말부터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는 돼지고기·닭고기·배추김치도 표기 방식이 헷갈린다. 일례로 ‘배추김치(배추 중국산)’와 ‘배추김치(중국산)’는 다르다. 전자는 배추(절인 배추 포함)를 중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한 김치이고, 후자는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들여온 김치다.

표기는 세세하게 규정했지만 이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은 정밀하지 않아 단속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유전자검사법으로는 한우와 외국산을 구별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육우끼리는 국내산과 외국산, 미국산과 호주산을 구별할 수 없다.

◇외식비도 올라갈 듯=가뜩이나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원산지 표시 강화가 음식 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쇠고기·쌀에 이어 돼지고기·닭고기·배추김치까지 원산지를 표기하게 되면 지금까지 외국산을 사다 쓰던 식당도 국산의 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특히 소규모 식당의 원가 부담이 커져 서민들이 주로 찾는 ‘4000원짜리 백반’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글=조민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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