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보고 촛불 들었는데 놀아난 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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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의 양심 선언에 박수를 보낸다.” “오죽 답답했으면 밥줄 끊길 각오하고 그런 글을 올렸겠나.”

MBC ‘PD수첩’의 번역·감수자인 정지민씨의 e-메일 인터뷰 기사(본지 6월 25일자 1, 4면)가 나간 이후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씨는 인터뷰에서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에 대해 광우병을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왜곡이라고 번역·감수 중에 (제작진에게)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직장인 박정현(27·여)씨는 “그간 진실이 대체 뭔지 궁금했는데 정씨가 뒷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자기 소신을 말한 정씨의 용기가 대단하다”며 정씨를 응원했다. 네티즌 ‘조지현’은 “방송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번역의 문제라며 힘 없는 개인에게 떠넘겨서야 되겠느냐. 정지민씨가 글을 남길 수밖에 없었던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PD수첩으로 인해 촛불을 들었다는 네티즌의 성토도 이어졌다. 네티즌 ‘최영신’은 “광우병이 아닌 소를 광우병으로, 인간광우병이 아닌 사람을 인간광우병으로 만든 방송 때문에 나도 촛불을 들었다. 정 작가의 글을 보니 PD수첩에 놀아난 기분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네티즌 ‘chungen’은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은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나와 함께 촛불을 든 친구들도 PD수첩이 더 나쁘다고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차이 큰 네이버·다음=정씨의 ‘고백’을 놓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네티즌 반응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네이버의 정씨 관련 기사에는 PD수첩의 보도 행태를 비난하는 네티즌의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방송을 했어야 했는데 의도적으로 왜곡 보도를 했다’ ‘방송 이후 사과는커녕 무책임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반면 포털사이트 다음의 게시판에는 PD수첩을 비난하는 댓글과 PD수첩을 지지하는 댓글이 뒤섞였다. 아이디 ‘나무와숲님’은 “평범한 주부가 보는 PD수첩의 제작 의도는 간단하다.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는 식품을 꼼꼼히 따지고 살피자는 것”이라며 PD수첩을 지지했다. 그는 “음식물에 이물질 하나만 나와도 리콜하면서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에 문제를 삼는 건 뭔가”라고 덧붙였다. 아이디 ‘지슬’은 “PD수첩에서 다우너 소가 전부 광우병 소라고 하지 않았는데 왜 왜곡보도라고 욕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디 ‘truth’는 “PD수첩의 문제는 제작을 하면서 목적을 갖고 했다는 것에 있다. 그 목적을 위해 사실을 왜곡한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재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는 ‘PD수첩 퇴출 서명 운동’과 ‘PD수첩 지키기 서명 운동’이 동시 진행 중이다. 각각 6000여 명, 1만4000여 명이 서명한 상태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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