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조직 이끈다” ‘코리아 파수꾼’의 꿈 & 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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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美 공화당 실세로 활동… “현지 정치 거물과 탄탄한 인맥”
■35년 백악관 단골손님… “전·현직 대통령과 독특한 인연”
■한·미 정부 간 가교 역할… “제3외교활동 자원 제몫 톡톡”
■당 고위급 인사 부상… “고액기부자에 포함된 유일한 한인”

▶지난 4월 크로포드 목장에서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열린 ‘부시 패밀리 라운드업(가족파티)’에서 임청근 총재가 아버지 부시, 부시 대통령, 제프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왼쪽부터) 등 부시 3부자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북파공작원 출신 재미교포가 미국 공화당의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 누구일까? 리처드 닉슨부터 조지 W. 부시까지 35년 이상 공화당의 ‘킹메이커’이자 ‘터줏대감’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다진 임청근 한미동맹협의회 총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일흔다섯이 된 임 총재의 ‘인생유전’을 듣는다.


“헤이, 척!”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단구의 한국인 노신사의 등을 치며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한 손을 들어 노신사의 손바닥과 마주치며 ‘하이파이브’ 제스처를 취한다.

“정말 반갑다”를 연발하던 부시 대통령은 오른손을 노신사의 허리에 두르고, 왼손은 노신사가 데려온 게스트 어깨에 올려놓은 채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게스트는 바로 기자였고, 노신사는 한인으로서는 미 공화당 후원조직의 최고 실세인 임청근(75) 한미동맹협의회 총재였다.

북파공작원(HID) 출신인 임 총재(미국명 척 림(Chuck Rheem))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이래 제럴드 포드·로널드 레이건·조지 부시·조지 W. 부시 등 공화당 출신 대통령 5명과 두터운 친분을 맺어온 유일한 한인이다.

▶공화당 핵심 당원 초청 파티에서 부시 대통령 내외와 함께한 임 총재 내외.

공화당 거물들과 유대 축적

임 총재는 지난 3월25일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핵심 지지자들이 여는 사적인 파티에 초청받자 기자 등 워싱턴특파원 2명을 게스트로 등록해 함께 참석했다. 파티는 공화당 의장을 지낸 당 원로 프레드 말렉의 자택에서 열렸다.

말렉의 자택은 포토맥 강이 내려다보이는 버지니아주의 부촌 매클린 지역에서도 최고급 저택으로, 집값은 1,000만 달러를 넘나든다. 이 집 응접실에서 부시 대통령은 40여 명의 참석자 및 게스트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1시간30분 동안 연설한 뒤 질문까지 받아줬다.

일반에 공개된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과 공화당 핵심 당원들만 모인 은밀한 자리였다.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평소 감춰온 속내를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언론인이 아니라 공화당 게스트 자격으로 “북한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버릇없는 어린애(spoiled kid)”라고 표현하며 북한에 대한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1 2000년 10월 캘리포니아 팜스스프링스에서 열린 공화당 고위 인사 초청 모임에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왼쪽), 데니스 해슈타트 공화당 하원의장(오른쪽)과 임 총재 내외가 한자리에 섰다.
2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임기말인 1988년 레이건 대통령 내외(왼쪽) 및 피트 윌슨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캘리포니아) 내외(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한 임 총재.
3 1990년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 재직 당시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 내외와 함께한 임 총재.

“북핵 문제는 미국 혼자 달려들었다가는 해결은커녕 본전도 못 건진다. 그래서 중국을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북핵은 당신 문제’라고 피해가려고 하더라. 북한이 정말 핵을 개발했을 때 미국이 취할 ‘두 가지 조치’를 얘기해 줬더니 바로 ‘북한을 6자회담에 나오게 할 테니 제발 그런 조치는 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했다.”

2004년 3월부터 워싱턴에서 줄곧 미국의 대북정책을 취재해온 기자가 그 핵심 내용을 대통령 본인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은 4년 만에 처음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직전 학교 동문인 주중대사로부터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중국에 대책을 촉구한 일, 대북 군사행동이 가져올 심각한 결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어색한 대화 등 비사도 생생히 털어놨다.

백악관은커녕 국무부 국장급 관리에게도 접근이 쉽지 않은 한국특파원으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에 뿌리 깊은 인맥을 구축한 임 총재의 영향력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미 대통령 자문위원, 허가 코드 92804SP3 E26, 자문번호 18674319’.

임 총재가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공화당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며 받은 타이틀이다. 임 총재는 최근 전국 공화당 상원위원회(National Republican Senatorial Committee)로부터 공화당의 다수당 탈환을 위한 ‘다수당 만들기(Majority Maker)’의 핵심 위원으로도 뽑혀 11월4일 미 대선에서 공화당 승리를 위해 뛰고 있다.

임 총재는 공화당 지지자 중 매년 25만 달러 이상 기부자만 들어가는 ‘공화당 고액기부자(major donor)’에 포함된 유일한 한인이다. 1972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공화당에 거액을 기부했고, 대통령들을 포함해 당내 거물들과 깊은 유대를 축적해온 덕분이다.

임 총재는 부시 대통령의 크로포드 목장에도 여러 번 초청받았다. 지난달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 핵심 당원들을 목장으로 불러 연 파티에서 부시 대통령은 임 총재를 보자 손목을 잡고 아버지 부시에게 데려갔다.

“이 사람이 저를 아주 세게 도와주는 분입니다”라고 부시 대통령이 소개하자 아버지 부시는 “내가 (이 사람을) 더 잘 알아”라며 임 총재의 손을 굳게 잡았다.

임 총재는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 재직 중이던 시절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부시의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주선한 인연이 있다.

임 총재에 따르면 1988년 노 대통령은 한국에서 대학생들이 ‘양키 고 홈’을 외치며 성조기를 불태운 사건과 관련해 미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때도 됐지 않은가”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듬해 취임한 부시 대통령 측은 이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가 한·미 정상회담을 제안하자 백악관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당황한 노 대통령은 외교 참모진에 극한 언사를 써가며 “반드시 회담을 성사시키라”고 명령했다. 참모진은 백방으로 뛰다 결국 임 총재에게 SOS를 쳤다고 한다.

워싱턴■강찬호 중앙일보 특파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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