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다음주가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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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난 쇠고기 민심을 달래려는 여권의 수습책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여야가 국회 정상화의 중대 고비를 맞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어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제주행 비행기 속에서 한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다”며 “다음주가 되면 나라 전체가 정상화되는 길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반성문’을 제출했고 이날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한 데 이어 21일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까지 발표되면 야당도 계속 장외투쟁을 고집하긴 힘들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로 개각을 제외하곤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꺼내 든 형국이다.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도 “국회법이 정한 개원 시한을 보름이나 넘겼다”며 “국회의장단을 구성하는 데 어떤 조건이 있을 수 없으며 지금 민주당은 헌정 중단, 국회공백 상태를 초래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국회 정상화의 열쇠를 쥔 통합민주당의 기류도 한결 유연해지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보면서 국회의 역할을 찾아보겠다”며 “등원 문제는 다음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없이는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던 종전 입장보다 부드러워진 자세다. 최근 등원론의 총대를 메고 나선 손학규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 파트너로서 국정의 책임을 적극 떠안아야 할 상황이 됐다”며 “야당과 국회·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한 자세로 적극 찾아 나서겠다”며 재차 등원을 강조했다. 특히 손 대표는 회의 도중 원 원내대표에게 ‘등원 문제, 이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될 듯’이라고 쓴 메모를 건네기도 했다.

이날 손 대표, 박상천 대표, 원 원내대표와 초선의원 15명이 함께한 오찬 회동에선 “등원을 미룰 수 없다. 국회에 들어가 야당의 역할을 하자”는 ‘즉각 등원론’과 “한나라당의 전향적 태도 없이 그냥 들어갈 수 없다”는 ‘등원 신중론’이 반반씩 엇갈렸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 사이의 여론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가 국민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가 주장했던 가축법 개정 요구를 거둬들이려면 ‘그 정도면 미국 쇠고기를 믿을 만하다’는 여론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이 다음달 2일까지 전당대회 지방투어를 진행 중이어서 등원을 결정하더라도 실제로 국회가 열리는 것은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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