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셋 정수라 신혼 2년 중간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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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데뷔 25주년 소감을 묻자, 결혼 후 2년여 공백기를 가졌으니 꼼꼼하게 따지면 23주년이라고 지적했다. 노래 인생을 묻는 질문에, 굳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달콤한 신혼을 알리고 있었다.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조병각(studio lamp)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정수라(43)는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제목은『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음악은 나의 인생’이란 해석인데, 타이틀곡‘우리 둘이’가 또 다른 기념일을 알리고 있다. 그녀는“사랑에 푹 빠진 우리 부부 얘기를 가사에 담았다”고 고백했다. 마흔셋 정수라가 아홉 살 연상의 모 건설 업체 대표 장대식씨와 결혼한 지 2년이 됐다.

따라서 이번 정수라의 인터뷰 키워드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데뷔 25주년, 그리고 신혼 2년. 기자는 정수라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런 저울질을 해봤다. 가수 데뷔 25주년과 결혼생활 2년 중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릴까라는.

어느 정도 기울기는 예측하고 있었다. 눈빛으로 사랑에 빠졌느냐를 판단할 수 있다면, 정수라의 유난히 까만 눈동자는“난 지금 사랑에 빠졌어요”를 말하고 있었다. 기자가 “사랑에 빠진 눈빛이네요”라고 말하자, “물론 한 사람에게만요”라며‘까르르’웃는 그녀였다. “닭살이시네요?”라고 딴지를 걸어도, “아, 닭살? 그런가요?”라며 개의치 않는 눈치. 마흔의 달콤한 신혼이란 설명에 타박할 이유는 없다. 신기하다면, 정수라의 지난 인터뷰를 검색했을 때, 가수 인생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데뷔 25주년이면 분명‘다사다난’이 포함됐을 법한데, 뒤늦은 결혼 관련 기사만 난무했다. 정수라의 의도였건 아니건, 야속한 일 중 하나다. 그렇게 일(데뷔 25주년)과 사랑(신혼 2년), 두 키워드의 균형을 잡는 인터뷰가 시작됐다. 정수라는 자신의 삶을 묻는 기자에게 풍부한 얘기들을 쏟아냈다.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듣고 싶네요

25년에서 2년은 빼야 맞는 거죠. 2년 동안은 결혼생활에 집중했잖아요(웃음). 새 앨범엔 신인때의 설렘, 어색함, 긴장감이 있네요. 내공이있는데, 뭐가 긴장될까 묻는데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여전히 긴장이 돼요. 물론 무대 위에서 몰입하면 프로가 되지만요. 역시 정수라는 무대에 서야 맞는 사람이에요.

결혼이란 무대엔 익숙해졌나요

행복해요. 남편이 잘해 주냐고 물으면 당연히 그렇죠(웃음). 물론 다른 부부가 겪는 소소한 싸움들은 있어요. 지금 자신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 살면서 사랑이 깊어지는 걸 느낀다는 거죠.

노래와 부부 관계가 닮은 점이 있다면요

음. 애써 표현하지 않아도, 지금 행복이 묻어나는 그런것! 이번 노래‘우리 둘이’는 우리 예쁘게 잘 먹고 잘 살자는 지금 느끼는 사랑을 표현한 거죠.‘ My life’엔 그 반대의 면이 담겼죠. 살면서 힘든 고비가 오더라도 서로 이겨내고 위로하자는 가사예요. 인생과 닮았죠? 삶이 늘 즐겁지는 않지만, 이겨내는 방식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잖아요.

Music is my life, 우리가 몰랐던 가수 정수라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그동안 다루는 데 소홀했던 가수 인생 25주년을 탐색하기로 했다. 일단 25주년 엔 플러스, 마이너스의 계산이 필요했다. 인터넷 정보 검색에 담긴 정수라의 데뷔 시기는 1974년, 즉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다. 당시 그녀는‘종소리’라는 CM송(광고음악)으로 제1 회 한국가요제 인기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보면, 데뷔 35주년이 되는 셈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CM송으로 데뷔했으면, 데뷔 35주년이 아닌가요

에이, 그건 아니죠. 그때는 본격적인 연예 활동에 제한이 있던 미성년자였고, 84년‘바람이었나’가 정식 가수 데뷔인거죠. 당시 광고음악 붐이 일었어요. 윤석화씨가 오란씨로 유명해진 뒤 바로 유학을 떠나면서 내가 CM송을 떠안고 살았죠. 짐작하듯, CM송 녹음하러 다니느라 학교와는 담쌓고 살았고요(웃음).

어렸을 때부터‘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였던가요

어르신들 잔치에 가면 최고 인기 꼬마 가수로 통했죠. 초등학교 때부터 밤무대를 다녔어요. (밤무대란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자) 음, 그 얘기 마치려면 너무 긴데….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밤업소 뛰는 게 도움이 됐고요. 주변에 노래 잘하는 꼬마가 있다는 게 알려지고, 위문 공연을 다니면서 쌓은‘라인’의 추천으로 시작한 거죠. 명동, 청계천 등 참 많이 다녔어요(웃음). 밴드 아저씨들이 많이 예뻐해 줬고, 또 그 ‘라인’덕에 정식가수로 데뷔한거죠.

돌이켜 보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한 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내 꿈은 단 하나였어요. 가수가 되는 것! 그 길을 걷고, 결국 꿈을 이룬 건 행운이고요. 광고음악은 노래를 배우는 계기였죠. 30초 정도에 가사 전달이 확실해야 되잖아요. 가수 정수라는 가사 전달이 확실한 가수라는 평가의 출발인 셈이죠.


또래와 다른 삶을 사는 것에 아쉬움은 없었을까요

공부보다 음악이 좋았던 건 분명하지만, 그 또래의‘추억거리’는 전혀 없는 거죠.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의 추억이 전무해요. 성인이 되고 나서도 집과 방송국, 둘밖에 몰랐죠. 당시엔 스캔들이 무서워 누구와 편하게 차 마실 생각도 못했고요. 어느 순간, 정수라는 노래 말고 아무것도 없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슬퍼지더라고요. 슬슬‘마음의 문’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시작한 게‘골프’예요. 골프를 통해 남편을 만난 거고요(웃음).”

신혼 2년 중간 보고서, 여전히 신혼이냐고 물었더니…

익히 알려졌듯, 골프는 부부의 연을 맺게 한 일등 공신이다. 정수라는 변진섭의 소개로 골프장에서 남편 장대식씨와 첫 만남을 가졌다. 정수라가 골프를 통해 인간관계의 문을 열었고, 또 독신으로 살 작정이었다가 뒤늦게 결혼에 골인했으니,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린 셈이다. 닫힌 문은 여는 게 해결책이다. 슬슬 신혼 2년의 문을 열기로 했다.

6월 3일이 결혼 2주년이죠. 특별한 계획은 세워뒀나요

6월에 공연이 잡혀 있어서 지금은 거기에 몰입하고 있어요. 글쎄 모르죠. 남편이 무슨 계획을 세워 뒀는지. 그런데 그런 거엔 무딘 남자라서 말이죠(웃음).

여전히 신혼이냐고 묻는다면요

하하하. 요즘은 3년이 아니라 3개월이면 사랑이 식는다면서요. 주변에서‘그렇게 좋아?’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 줘요.‘ 응, 좋아. 함께 철없이 지내서 좋고, 애들처럼 지내서 좋아라고요. 솔직히 설렘은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아침에 눈떠서 남편 웃는 모습을 보면 좋은 걸요(웃음).

마흔 넘어 인연이 됐잖아요. 결혼에 대한 환상은 품고 출발했나요

그런 환상은 예전부터 없었는걸요. 줄곧 (음악 하는) 어른들과 생활했잖아요. 곁에서 듣는 결혼 생활이란 게 뻔한 것 같더라고요. 나 역시 일찍 어른이 됐고요. 솔직히 만남이 왜 없었겠어요. 그러다 깨지고, 포기한 거죠. 내 삶의 그림엔‘결혼’은없을거라고. 엄마와 장애우 언니를 챙기며 평생 살려고 했어요. 남들이 쉽게 갖지 못하는 노래하는 능력을 그래서 줬겠다는 생각도 했지요. 그런 마음을 갖고 사는데, 어느 날 (남편이) 와 있더란 말이죠(웃음).

한 방송에서 결혼하고 남편의 첫 출근 날, 라면을 끓여 줬다며 후회했잖아요.

요즘은 한정식을 차려 주나요 하하하. 그 날 이후 쌀과 반찬, 모든 걸 준비했죠. 아침 식사는 매일 챙겨 줘요. 남편 입맛이‘토속’‘보수’예요. 연애 시절엔 빵도 먹더니만, 아침에 빵 줄까, 물으면 빵은 절대 싫대요. 누룽지라도 먹여 출근시켜요. (요리 실력을 묻자) 찌개와 국은 나름대로 괜찮고요. 아직 밑반찬 실력은 안 돼서 친정 엄마께 공수 받고 있어요(웃음).

두 분 다‘보양’에 신경 쓸‘연세’아닌가요

보약 먹자는 말 나오면 서로 자존심 상해요(웃음). 우리, 아직 젊어요. 남편이 술, 담배를 안 하니까 건강 걱정은 덜하고요. 스스로 몸 관리를 잘해요.

남편은 재혼이고 두 아들이 있으니, 결혼하면 빨리 딸을 낳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열심히(?) 시도 중인데, 아직은…. 올해까지 안 되면 내년엔 인공 수정을 시도하자는 합의를 봤어요. 너무 신경을 쓰는 것도 안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의 부담이 되네요. 일(노래) 열심히 하고, 사랑도 열심히 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면 좋은거죠.

두 아들과의‘소통’과정이 궁금해요.

부대낌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일 텐데요 내가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아이들이 표현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겠죠. 그렇다고 조심스럽게 접근한 건 아녜요. 내 성격대로, 감정 그대로 솔직하게 대했어요. 내가 먼저 마음을 열었고, 애들도 나중에 마음을 연 거죠. 지금은 엄마를 더 좋아해서, 아빠가‘왕따’예요. 남자들끼린 딱딱한 부분이 있어요. 내게 더 자주 문자 메시지 보내고 통화하고 그래요(미술 전공의 큰아들은 골퍼로 전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둘째는 지금 군 복무 중이다).

남편이 건설 업체를 운영하잖아요. 요즘 경기가 안좋은데 괜찮나요

맞아요. 경기가 어렵잖아요. 건설 쪽은 정리하고 지금은 특수 유리 사업을 해요. 큰 회사는아니고, 잘버텨내고 있어요.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아내는 부류가 있다. 만혼을 즐기고 있는 정수라가 ‘똑똑한’사람에 속한다. 일에 프로였던 그녀는 사랑의 포로(혹은 프로)가 됐고, 행복의 길을 걷는 중이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또각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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