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아파트 - 서울 한옥의 ‘문화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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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도호씨의 설치 ‘떨어진 별 1/5’<上>. 작품 뒤로 돌아가면 세로로 절개된 아파트 내부가 고스란히 보인다. 방방마다 다른 벽지와 가구, 바닥에 떨어진 신문 조각까지 극사실적으로 재현했다. [헤이워드 갤러리 제공] 아래 사진은 서도호씨의 또 다른 출품작 ‘계단V’. [사진=권근영 기자]

뉴욕의 4층 아파트 건물에 한옥이 날아와 부딪혔다. 실물의 5분의 1 크기로 축소한 설치 작품이다. 뉴욕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 서도호(46)씨의 신작 ‘떨어진 별 1/5’이다. 처음 유학와 살던 뉴욕 아파트에, 어릴 적 살았던 서울의 한옥을 충돌시켰다. 사생활을 보장하듯 닫혀있는 단단한 아파트 건물과 가볍고 개방적인 한옥이 대비된다. 한옥의 주련, 아파트 방마다 다른 벽지와 물건들까지 극사실적으로 재현했다.

그는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가서 받은 문화적 차이를 화두로 작업하고 있다. 주변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예민하게 인식하는 데서 그의 작품은 출발한다. 마치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가 캔자스의 태풍에 집이 통째로 날아가는 갑작스러운 공간 이동을 경험했듯 말이다.

영국 런던 템즈강변의 헤이워드 갤러리에선 요즘 건물과 공간에 대한 전시가 한창이다. 서씨를 비롯해 일본의 ‘아틀리에 바우와우’, 오스트리아의 ‘젤리틴’ 그룹, 영국의 마이크 넬슨 등 공간을 화두 삼은 전세계 10명의 중견 작가들이 참여했다.

서씨는 이 전시에 두 점을 출품했는데, 또 다른 한 점은 섬유 설치 ‘계단Ⅴ’이다. “개인의 가장 작고 사적인 공간인 옷의 의미를 확대해 집으로 만든다”며 평소 즐기던 그 작업 방식이다. 비치는 붉은 천을 재단해 뉴욕 아파트 계단 모양대로 만들어 천장에 매달았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인 양 전시 공간에 떠 있는 이 붉은 계단을 관객들은 숭고한 기분이 돼 한참이고 올려다본다.

헤이워드 갤러리는 영국 최대의 아트센터인 사우스뱅크 센터 내 비영리 전시공간이다. ‘싸이코 빌딩’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갤러리의 개관 40주년 기념 기획전이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유목민의 천막을 드나들며 두리번거리고, 인형의 집 200개로 만든 기괴한 마을을 헤매게 된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나의 집, 너의 집, 우리 몸과 마음, 우리가 깃든 이곳을 다시 생각하는 전시다. 옥상에선 템즈강변 마천루들을 보며 인공 연못에서 뱃놀이를 하고, 커다란 공 모양 비닐하우스 꼭대기에 벌렁 누워 하늘을 볼 수도 있다. 묵직한 얘기를 가볍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전시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미술과 건축의 경계를 허문 전시이며, 특히 서도호의 ‘떨어진 별’이 생각거리를 많이 준다”고 평했다. 8월 25일까지다. 입장료는 성인 10파운드(약 2만원). (www.southbankcentre.co.uk)

런던=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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