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담보 대출금리 9%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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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9%에 근접했다. 시중 금리가 뛰면서 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도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고정금리형의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의 90%를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출 금리의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17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는 이날 현재 연 7.43~8.93%로 일주일 새 0.42%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1월 14일(9.44%) 이후 5개월 만에 최고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의 최고 금리도 한 달여 동안 1%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면서 8% 중·후반대를 기록했다.

주택대출의 고정금리가 급등한 것은 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신용등급 AAA급 3년짜리 기준)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채 금리는 4월 말 5.47%에서 최근엔 6.4%까지 올랐다. 한 달여 만에 1%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한은이 5월과 6월 두 달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하자 고금리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면서 시중 금리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4월 말 4.88%에서 이달 13일 5.74%까지 올랐다.

산은자산운용 김만수 채권운용팀장은 “경제 성장세가 완전히 꺾였다는 신호가 나타나기까지는 물가 불안 우려 때문에 한은이 정책 금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며 “시중 금리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출자들이 많이 찾는 변동금리형 대출의 금리는 아직 안정세다. 기준이 되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가 석 달 이상 5% 중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CD를 많이 사들이는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돈이 빠져 나오고, 돈줄이 마른 은행이 CD 발행을 늘릴 경우 올해 초처럼 CD 금리도 다시 급등할 수 있다.

국민은행 개인여신부 고광배 팀장은 “중장기 금리의 상승은 CD 등 단기 금리의 상승을 부추겨 변동 금리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대출자 입장에선 고정 금리로 돈을 빌리자니 이자 부담이 너무 크고, 변동 금리를 택하자니 향후 금리 상승이 무서운 상황이다. 그래도 길은 있다. 금리 스와프 또는 금리 상한 대출처럼 변동 금리의 상승폭을 일정 이하로 제한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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