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서커스 ‘네비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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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잘로는 어느날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는다. 몽환적인 공간에서 그는 유년시절과 마주한다. 정육점 딸 루시아, 생사를 알지 못하는 죽마고우 스테판 등 그가 사랑했던 이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물고기가 하늘을 날고 코르크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등 어릴적 상상이 하나둘 눈앞에 펼쳐진다.


  마술이 아닌 서커스 얘기다. 아트서커스 ‘네비아’가 7월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네비아는 꿈과 현실이 만나 한바탕 벌이는 축제의 장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곡예와 묘기보다는 서정적인 스토리와 이미지를 앞세운다. 여느 서커스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곤잘로의 기억과 추억을 따라 흐른다. 그러나 연속적이거나 인과적인 스토리는 아니다. 안개가 짙게 내려앉았던 어린시절 마을 곳곳과 이웃에 얽힌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며진다.
  빽빽하게 세워진 대나무 막대기 위에 100개의 접시가 얹혀져 돌아가면 무대는 일순간 갈대밭으로 변한다. 1만2000개의 코르크 마개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다. 하늘 높이 뛰어오른 배우가 TV의 정지화면처럼 공중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장면이 압권이다. 원종원 교수(순천향대·뮤지컬 평론가)는 “단순히 현대적인 서커스라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모던한 퍼포먼스”라며 “장면 하나하나가 회화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무대에 오르는 11명의 배우는 서로 다른 에피소드 안에서 일관된 캐릭터를 연기한다. 다양한 이야기가 하나의 접점을 갖도록 하는 힘이다. 배우들의 분장을 최소화하고 의상을 흑과 백으로만 구성해 무대의 배경이나 조명을 최대한 돋보이게 한 것도 특징. 조명도 눈여겨 볼 만하다. 무대 위에 늘어뜨린 여러겹의 천 위에 조명을 이용해 공간의 깊이 및 신비감을 더한다. 이번 내한 공연팀이 가져오는 화물의 절반을 조명기구들이 차지한다.
  ‘네비아’는 이탈리아로 ‘안개’라는 뜻. 캐나다를 대표하는 서커스 단체 ‘서크 엘루아즈’와 국내 공연기획사 ‘크레디아’가 공동제작했다. 지난해 12월 스위스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당시 1300여 명의 관객이 7분 여 동안 기립박수를 보내 화제가 됐다. 아시아에서는 이번 공연이 최초다. 외국에서 흥행한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데 적어도 10년 이상 걸리던 전례에 비춰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작품은 서크 엘루아즈가 2002년부터 선보여온 ‘하늘 3부작’의 완결판이기도 하다. 1부 ‘노마드(하늘이라는 뜻)’(2002)는 5년간 전세계 무대에서 700회 이상 공연됐다. 2부 ‘레인’(2004)은 서커스로는 처음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현재까지 성공리에 공연되고 있다. 3부 ‘네비아’는 ‘지상에 내려온 하늘’을 의미한다. 연출을 맡은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폐막식을 연출한 거장으로 태양의 서커스 최신작 ‘코르테오’(2005)도 연출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극작·연출·조명의 1인 3역을 맡는다.
7월 20일까지. 평일 오후 8시, 토·일 오후 2시·7시(단 13일은 오후 2시). 3만~10만원. 문의1577-5266

아트 서커스 ‘네비아’에 독자 40명 초대합니다

초대내용 : 7월 9일 오후 8시 R석 20명(1인2매)
응모기간 : 6월 24일까지
당첨자 발표 : 6월 25일 중앙일보 프리미엄 홈페 이지에서 응모하면 됩니다. 당첨자는 온라인에 공지하고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개별 통보합니다.
문의 : 1588-3600(내선 4번) www.jjlife.com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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