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동안 충분히 얘기했다.”
16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자숙 모드’였다.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이 주변에 몰렸지만 그는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며칠 전 사생결단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였던 그에게서 더 이상 공세의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정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공격하면서 촉발된 여권 내 권력투쟁이 사그라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묻지마 식 인신공격이 걱정스럽다”(13일)고 한 뒤부터다. 정 의원 측 한 관계자는 “할 말이 많지만 대통령까지 나선 상황이어서 이제는 그만할 때라고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나의 퇴진은 지역구민과 내가 결정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던 이 의원도 17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회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와 일본 부품·소재산업 관계자 등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그의 일본행을 단순한 경제 교류용으로 여기는 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와 충돌을 피하려는 행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이번 주 이 대통령의 인사쇄신안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인사개입설을 차단해야 할 필요도 있다.
파문의 당사자들이 한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분란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게 여권 내부의 관측이다.
◇발전연 부활?=당내 이재오계 모임으로 불렸던 국가발전연구회(발전연)가 재결성될 전망이다. 발전연은 17대 국회 당시 의원 30여 명이 참여한 모임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직후 이재오 전 의원이 “당내 화합에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며 해체를 선언했다. 이 모임에 속했던 한 의원은 “다음 달 3일 전당 대회 직후 발전연과 같은 당내 정치 모임을 발족할 생각이며 의원들의 의사를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심재철·공성진·진수희·차명진 의원 등이 주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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