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5·18 성지 문화 성지로 거듭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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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전당 조감도.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옛 전남도청 자리에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기공식이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광태 광주시장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2012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김후식(66·광주광역시 광산구)씨는 10일 오후 2시 광주시 동구 옛 전남도청을 찾았다. 5·18 성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복합문화시설로 변모하는 첫 삽을 뜨는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옛 도청 주변에는 ‘시대의 어둠을 넘어 빛의 세계로 나간다’는 의미를 담은 하얀 광목천이 깔려 길을 만들었다.

광목천 길에는 김씨 외에 수백 명의 시민들이 행렬을 이룬 채 옛 도청 본관과 경찰청 건물을 둘러봤다. 김씨는 “5·18 민주화운동의 최후 격전지가 세계 일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5·18 영령들도 문화전당의 성공과 발전을 보살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80년 5·18 당시 전남도청에선 시민군과 계엄군 대치 중 계엄군 발포로 시민 50여 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해 5월 21일 계엄군이 도청에서 물러난 뒤 시민군 항쟁 지도부가 머물며 27일 새벽까지 최후 항전을 벌였다. 2005년 11월 전남도청이 전남 무안군으로 이전한 뒤 현재 비어 있다.

이날 옛 도청에선 ‘세계를 향한 아시아문화의 창’이란 주제로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전당 기공식이 열렸다. 문화전당은 12만8621㎡ 부지에 5개의 복합문화시설로 이뤄진다. 부지 한가운데 아시아문화광장을 중심으로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지식문화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이 들어선다.

건물 연면적이 17만8199㎡로 현재 가장 큰 문화공간인 국립중앙박물관 연면적 13만7255㎡보다 크다.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인 의미를 간직하기 위해 옛 도청과 전남경찰청 건물만 보존하고 지상은 공원과 광장으로 꾸며진다. 전시관·공연장 같은 새 시설물은 모두 지하 1~4층에 들어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비슷한 구조다. 예술극장 대극장의 경우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행사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광태 광주시장, 문화예술계 인사, 시민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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