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제보트쇼·요트대회로 시동 1조원짜리 ‘해양 천국’ 야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5호 16면

바다를 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해양레저 시설을 세우려 한다. 하지만 청사진을 확정한 곳은 많지 않다. 재원 조달이 쉽지 않은 데다 사업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자체가 경기도다. 해양관광레저단지를 세우기 위해 2020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11일부터 15일까지 화성시 전곡ㆍ제부항 해역에서 펼쳐지는 경기국제보트쇼와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도 이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해양레저도시’ 꿈꾸는 지방정부들

보트쇼에는 22개국 127개 업체와 국내 107개 업체가 참가한다. 29개국 196개사에서 투자자와 바이어도 참석할 예정이다. 레저보트 업계 매출 1위인 미국의 시레이를 비롯해 영국의 선시커, 이탈리아의 페레티 등이 다양한 보트를 전시한다. 경기용 요트는 전량 국내 요트업체인 암텍에서 제작했다.

행사를 앞두고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이 요트대회를 치르는 데 적합한지에 대해 우려가 있었다. 전곡항 마리나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은 앞바다 5만2000㎡에 평균 3m 깊이로 흙을 퍼냈다. 보트쇼 사무국장인 최형근 경기도 농정국장은 “전곡항은 탄도·누에섬이 에워싸고 있어 파도도 높지 않은 장소”라며 “이미 월드매치레이싱투어 실사단으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2015년까지 전곡·제부·흘곳·구봉항에 요트 총 1100척이 머무르는 마리나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화 간척농지 4304㏊에 보트산업단지를 구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경기도에는 현대·기아자동차의 R&D센터,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등 자동차·정보기술(IT) 관련 대기업이 들어서 있다. 최형근 국장은 “소형 레저선박은 동력으로 자동차 엔진이 사용되고 실내 전자설비에는 IT 기술이 폭넓게 활용된다”며 “이들 대기업을 활용하면 보트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도 해양레저도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수도권에서 1시간20분 거리에 있고 안면도 해상국립공원과 가깝다. 중국 연안도 멀지 않아 동아시아 마리나 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당진은 2012년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요트 1500척 규모의 마리나를 조성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국내 최대 규모다. 요트 정박시설뿐 아니라 고급호텔·아쿠아리움·쇼핑센터·워터파크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 해양레저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건립 부지를 확정하고 우선협상대상자도 선정했다.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첫 삽을 뜰 계획이다.

당진은 바다를 매립해 새로운 부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기존 소규모 어항을 확장하는 다른 지자체 방식과 다르다. 56만㎡에 달하는 바다가 지난해 6월 정부의 매립기본계획에 반영됐다.
부지 선정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마리나 관련법이 없어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1년 넘게 뛰어다녔지요. 건설만 되면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겁니다.”(당진군 해양수산과 이일순 팀장)

앞으로 남은 행정절차도 만만치 않다. 매립을 추진 중인 만큼 환경영향평가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환경단체와 갈등이 예상된다. 국비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만큼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느냐도 숙제다.

국내 2위 규모의 요트관광 리조트가 있는 경남 통영은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5월) 이순신장군배 국제요트대회를 개최하는 등 국내 해양레저의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통영은 서해안에 비해 조수 간만의 차가 작고 동해보다 파도가 약해 요트 등 해양 레저를 즐기기에 알맞은 여건을 갖췄다. 1994년 민간기업 금호의 투자로 도남항에 50척 규모의 보트 계류시설이 들어섰다.

통영시는 이 주변에 250척 규모의 해상 계류장을 추가로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리나 시설 외에도 요트공원·관람데크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총 예산은 200억원. 이와 별도로 진주산업대와 협력해 ‘해양레저 선박산업 지역혁신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경남도는 6일 요트산업을 활성화하고 저변을 넓히기 위해 요트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한다고 밝혔다. 마리나 시설 조성, 요트학교 개설, 세계 수준의 요트경기대회 개최, 요트 선수단 운영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