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극렬 폭력 아니면 물대포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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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거리시위 해산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대책회의는 3일 촛불집회 시위대를 과잉 진압했다며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서울 중앙지검에 접수시켰다. 고소·고발장은 과잉 진압으로 다친 윤모(35)씨 등 12명과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상임공동대표 등 9명의 명의로 돼 있다. “1일 시위에서 전경의 군홧발에 머리를 밟힌 서울대 음대 이모(22·여)씨는 주변의 만류로 고소인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대책회의 관계자는 전했다.

◇시위 연행자 전원 석방=서울대는 이날 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음대 여학생이 전경에게 밟히는 폭행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대는 공문에서 “우리 대학 여학생이 과도한 물리력 행사로 인해 신체적 고통과 함께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교내에 큰 동요가 일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는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을 요구했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대 음대)당사자와 가족에게 사죄하며, 공분한 국민들께도 죄송하게 생각한다. 감찰조사를 거쳐 관련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용연 경찰청 경무기획국장과 박천화 감사관은 이장무 서울대 총장을 방문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경찰의 물대포 사용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밤과 1일 새벽 거리 시위를 진압하며 물대포를 사용했다. 한진희 서울청장은 “청와대로 가는 길목에 배치된 경찰력이 시위대에 비해 열세였다. 총기를 휴대한 청와대 경비대와 시위대가 충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물대포로 저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물대포 운용지침’에 따르면 ‘안전을 고려해 지면으로부터 시작해 얼굴을 제외한 몸의 중심부위를 겨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물대포에 맞아 눈과 얼굴을 다친 시위 참가자가 나타나면서 경찰이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서울청장은 “극렬한 폭력행위가 일어나지 않는 한 물대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1일 오후 거리시위에서 연행된 77명을 석방해 지금까지 연행한 545명을 전원 석방했다.

◇근거 없는 사진도 유포=시위 참가자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사진과 동영상 중 일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경복궁 옆 통의 파출소 앞에서 사망한 여성을 경찰차가 싣고 가 은폐하고 있다’는 글과 ‘철 너클 낀 전경한테 중년 아저씨 잔인하게 머리 맞는 동영상’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사망설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 사망 사진은 서울경찰청 소속 방모 상경이 호흡곤란으로 실신해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병원으로 후송되던 장면을 찍은 것”이라며 “너클 낀 전경 동영상에 나오는 것은 너클이 아니라 전경들에게 지급되는 장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여성 사망을 경찰이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인터넷에 사진을 올린 네티즌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2일에는 서울청 1기동대 홈페이지가 해킹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력 배치도가 유출된 것 같다.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인식·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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