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당명개정 추진 정치권 시각-야권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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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회의.민주당.자민련등 야3당은 민자당의 당명(黨名)변경 추진에 대해『호박에 줄 친 수박』『흰 물감 칠한 까마귀』로 비유하며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그러면서도 야권 일각에서는 당명 개정이 민자당의 당정개편 수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며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국민회의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3당야합때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선언한 하느님의 뜻과 구국의 결단을 스스로 부인하는 몰염치한 발상』이라며『구국의 결단이 망국의 결단이었음을 자인하는꼴』이라고 비난했다.
朴대변인은 이어『3당야합 세주역중 한사람은 교도소에 가 있고다른 한사람은 토사구팽 당했으며 오직 대통령이 되기 위해 3당야합한 金대통령만이 민자당을 지키다가 국민의 비난이 높아지자 당명개칭에 나선 것』이라며『호적이름을 바꿨다고 사람이 바뀌지 않듯이 호박에 줄친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고 비아냥 거렸다.
민주당 이철(李哲)총무와 이규택(李揆澤)대변인은 각각『썩은 집에 페인트 칠하는 격』『까마귀에 흰 물감을 칠한다고 백로가 될 수 있나』고 폄했다.
李총무는『문제는 외형이나 모양이 아니라 실질적인 본질』이라며『노선.이념.정책을 바꾸는 근본적 변화없이 이름만 바꾸는 것은본말(本末)을 전도한 착각』이라고 공격했다.
李대변인은『당명을 바꾼다고 3당야합을 자행한 역사적 죄과에서벗어날 수 없다』면서『민자당은 국민을 우롱하는 얄팍한 술수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가장 큰 의혹인 대선자금 전모부터 낱낱이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자민련 한영수(韓英洙)총무는『다른 당의 일이니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면서도『당명을 바꾼다고 달라질 게 있는가』고 반문조로 힐난했다.
韓총무는 그러면서『민자당의 이같은 조치는 여권내 당정개편을 위한 명분쌓기』라고 규정하고『아직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볼 수는 없지만 여권내 구시대 인물들을 떨궈 내려는 움직임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구창림(具昌林)대변인은『당명을 바꾼다고 해서 과거의 책임과 의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면서『이는 나라의 국호를 바꾼다해도 조약상의 의무가 승계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그는또『당명을 바꾸기에 앞서 대선자금의 전모를 자진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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