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자단거리 3파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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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사인 볼트가 1일(한국시간) 남자 1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함에 따라 베이징 올림픽 남자 단거리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100m는 물론 200m도 안개 속이다.

볼트가 5월 들어 혜성같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 100m는 종전 세계기록 보유자인 아사파 파월과 지난해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레블’(100m, 200m, 400m 릴레이 3관왕)을 달성한 타이슨 가이의 2파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초 9초76을 찍은 볼트가 여세를 몰아 이날 세계신기록까지 토해내자 금메달 싸움은 3파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특히 볼트는 신장 면에서 경쟁자들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어 스타트만 무난하다면 금메달에 가장 가까이 간 선수로 꼽힌다. 자신도 이날 인터뷰에서 “그동안 스타트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왔다”고 밝혔다. 스타트가 얼마나 빠르냐에 따라 금메달은 물론 9초70 벽이 허물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볼트와 같이 달린 가이는 “달리는 리듬이 서로 비슷했지만 보폭에서 그에게 졌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피치는 넓었다.

200m의 대결도 예측 불허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자인 가이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지난 시즌 19초75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볼트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더구나 볼트는 200m 스페셜리스트다. 그만큼 이 종목에 거는 그의 기대와 집착이 강하다. 가이는 올 시즌 이 종목에서 20초00을 찍어 시즌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 기록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결국 당일 컨디션과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의 중압감을 누가 잘 이겨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볼트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이상 세계기록은 무의미하다”고 말해 이번 올림픽을 대하는 그의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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