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주당 386’ 낙선자들은 지금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탄핵 역풍을 타고 대거 17대 국회에 진출했다가 지난 총선에서 줄줄이 낙선한 야권의 386세대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이번 임시국회를 끝으로 긴 정치적 공백기를 맞게 됐다. 40대 초·중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여서 대부분 낙선을 처절한 자기 성찰과 정책 연구의 기회로 삼아 재기를 모색하겠다는 분위기다. 4년간의 재충전을 시작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① “국토 순례하며 재충전”=몸을 괴롭히며 마음의 가닥을 잡겠다는 이들이 가장 눈에 띈다.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냈던 통합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26일 ‘산티아고 가는 길’로 떠났다. 스페인 북부를 횡단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곱의 무덤이 있는 기독교의 성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여㎞를 40일 동안 걸을 예정이다.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는 86년 이 길을 걸은 뒤 첫 작품 『순례자』를 썼다. 이 의원은 “내면을 성찰하고 키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불출마를 선언하고 창조한국당으로 옮겼던 김영춘 의원도 같은 날 30여 일간의 자전거 국토 순례를 떠났다. 그는 출발에 앞서 “소박하게 국토에 대한 애정을 가다듬으며 자기 정화와 재충전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말을 남겼다. 자유선진당과의 교섭단체 단일화를 선언한 당에는 탈당계를 냈다.

② “해외 연수 떠난다”=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해외 연수를 떠나려는 사람도 여럿이다. 대학 시절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을 의정활동에도 이어갔던 임종석 의원은 복지·교육 테마의 해외 연수를 구상 중이다. 임 의원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구체적인 생활 이슈로 이동하고 있다”며 “적정 수준의 성장과 함께 복지·교육·의료·안전 등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게 민주당의 중장기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해찬 의원과 함께 동아시아협회 초청 콘퍼런스 참석차 23일 몽골로 떠난 이화영 의원은 앞으로 중국과 몽골을 부지런히 다닐 예정이다.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 자원 문제를 연구하고 교류의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에서다. 그러나 2년 후면 바로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닥쳐와 1년 이상 지역구를 비워둔 채 장기간의 연수 또는 유학을 떠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③ “소통의 고리 잇자”=총선 기간 중 당 대변인과 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상대적으로 지역구에서 활동할 시간이 부족했던 우상호·이기우 의원은 낙선 후 지역 네트워크 정비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중앙 정치에 집중했다면 이제 지역 발전 밀착형으로 나갈 생각”이라며 “지역에서 뜻 맞는 사람들과 여러 분야를 함께 연구하며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지역에 포럼이나 연구소 형태의 단체를 열 생각이다. 이들은 국회 밖의 같은 세대와의 정치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 우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정신과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같은 세대와의 소통의 고리가 끊겼다”며 “각 분야에 퍼져 있는 이들의 지식과 정보를 정책으로 묶어낼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상이 다양한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생계다.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지나 직업 정치인의 세계에 곧바로 발을 내디딘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들 중 4년간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인영 의원은 “사회적인 가치가 있는 기업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장혁·김경진 기자

[J-HOT]

▶ 강재섭 "MB, CEO 출신이라 실적에 너무 조급해"

▶ '민주당 386' 낙선자들 공통 고민은 '생계'

▶ 정몽준에 "박근혜와 비교해 세가 약한 편" 묻자…

▶ 강재섭 "평생 4가지는 안했다"…땅,주식, 그리고…

▶ 하루 30분간 자전거 타거나 걸으면…

ADVERTISEMENT
ADVERTISEMENT